대선·지선 패배 책임자 불출마 요구
입장문 채택 후 전해철 불출마 선언
이재명 불출마 압박 수위 높였지만
실명 거명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도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34명이 대선·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사는 8·28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채택했다. 사실상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입장문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22일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개별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전체 48명 중 34명의 동의를 얻어 8·28 전당대회와 관련한 입장문을 채택했다. 입장문에는 △대선·지방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인사는 전당대회에 불출마할 것 △전당대회가 계파 싸움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입장문에서 실명이 거명되지는 않았지만, 재선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는 지난 대선의 후보이자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넓게 보면 이재명 의원과 함께 지난 정권에 책임이 있는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전해철·홍영표 의원, '용퇴론' 지목을 받고 있는 86그룹 맏형 이인영 의원 등을 두루 조준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 중에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가 이 의원인데다 다른 주자들은 이 의원이 불출마할 경우 함께 불출마할 용의가 있다는 점이 근거다.
재선 의원들의 입장문 채택 직후 전해철 의원이 바로 8·2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 의원은 "후보 당사자를 포함한 일부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혁신과 통합을 위한 진정성으로 이해하고 취지에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재선 의원들의 입장문 채택과 직후 전해철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은 자연스럽게 이재명 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 수위를 높이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당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의원이 과연 8·28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겠느냐에 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이재명 의원의 실명을 박아서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자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이날 채택된 입장문은 이 의원의 실명을 거명하지 못했다.
이재명 의원의 당권 획득 가능성이 높으며 8·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는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의원들 사이에서 이 의원과 날카롭게 각을 세우기 어려운 기류가 이미 형성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