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팔자’ 분위기...상반기 총 18조 달해
내달 금리역전·환율·침체 장기화 등 악재 산적
커지는 셀 코리아…뾰족한 해법 없어 속수무책
이달들어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국내 증시 이탈의 가속 페달을 밟게 될지 주목된다.
이달에만 5조원, 올 상반기 18조원을 팔아치운 외국인들 앞에는 한·미간 금리 역전 가능성에 원·달러 환율 상승, 경기 침체 장기화라는 악재가 쌓여 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약 4조6955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도 4361억원을 순매도해 지난 3주간 국내 증시에서 팔아치운 주식 금액만 5조원이 넘는다.
올 상반기로 기간을 넓혀 보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5조2907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3조4427억원을 순매도해 18조원이 넘는 돈을 국내 증시에서 뺐다. 같은기간 개인투자자들이 21조원(코스피 20조7851억원·코스닥 5058억원)이 넘는 돈을 증시에 투입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22일에도 외국인은 오후 2시50분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3133억원, 코스닥시장에서도 1114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4000억원 넘는 금액을 증시에서 뺐다.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시선은 올 하반기에도 이같은 양상이 심화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하반기 외국인의 증시 이탈 가속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단추는 내달 13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미국(1.5∼1.75%)과 한국(1.75%)의 금리 상단이 지난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같아진 상태다.
연준이 이미 내달 26일(현지시간)과 27일로 예정된 FOMC에서 최소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상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한은이 기존대로 0.25%포인트만 인상하면 내달 말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해도 연준이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양국간 기준금리 역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상황이 현실화되면 증시에서의 투자 자금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내 금리가 더 낮은 상황에서 굳이 신흥국으로 자금을 들여오기 보다는 미국에서 달러 그대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자금을 빌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노리는 캐리트레이드(금리 차와 환 차익을 활용한 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엔화나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는 수요가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율 상승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채질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당시 고점인 1296원 선을 넘어섰다.
원화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환율 상승은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외국인들의 매물 출회 압력을 키울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 비관론이 확산될 수 있는 점도 악재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제조업 중심인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이들이 주축이 된 국내 증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외국인이 이달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3조13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 이는 올 상반기 순매도 규모(8조4854억원)의 35.5%에 달하는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종목이라는 점에서 최근 매도세 심화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워낙 강해 하반기 외국인들의 증시 자금 이탈을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