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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산은 회장 10일째 출근 막혀...노조 갈등 장기화


입력 2022.06.17 12:14 수정 2022.06.18 04:31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본점 지방 이전 놓고 노사 대치

쌍용차·대우조선 과제 안갯속

9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은 노조가 강석훈 신임 회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취임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열흘째 본사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가 집회를 열어 강 회장의 출근을 막고 있어서다. 노조는 지방 이전 철회 약속을 받을 때까지 집회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7일 취임된 이후 10일 째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했다. 노조가 본점 이전을 반대하면서 출근길 집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 8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본점 출근을 시도했으나 500~600명의 노조원들이 출입을 저지해 발걸음을 돌렸다. 강 회장은 본사 대신 여의도 인근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고 업무를 보고 있다. 강 회장은 16일에도 본점 출근을 하지 못한 채 첫 공식 일정인 글로벌 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라이즈 2022'에 참석했다.


두 번째 출근길에서 강 회장은 직접 A4용지 한 장 분량의 입장문을 써오며 대화를 시도했다. 강 회장은 "임명 이후 업무 보고를 받고 노조와 대화하면서 지방 이전이 얼마나 민감하고 엄중한 사안인지 실감했다"며 ▲본점 이전과 관련해 대화 채널을 열어놓을 것 ▲직원들과 상설 대화 기구를 마련할 것 ▲산은 규제 완화 검토 ▲인력 및 예산 자율성 확보 노력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강 회장이 본점 이전 공약을 철회하지 않으면 출근길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수익성 악화, 인재 유출로 인한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산은의 핵심 역할이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인데 이런 정책금융 지원을 위한 모든 재원을 세금이 아닌 서울에서 증권업 등을 통해 벌고 있어 지방 이전 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지방 이전 시 수도권에 남기 원하는 젊은 인력들의 대거 유출도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53명의 직원이 산은을 떠났다.


산은 본점 이전은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만큼 강 회장도 노조의 요구를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처지다. 강 회장은 산은 부산 이전을 내세운 인수위에서 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했는데, 양측 간극이 좁히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노사 간 대치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출근길 시위가 길어지면서 산은이 정책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첩되면서 산은의 정책금융기관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KDB생명·쌍용차 매각,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등 기업 구조조정 당면 과제도 쌓여있다. 노사 대치 상태가 길어지면 과제 수행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


결국 해법은 국회에서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행법상 국책은행은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국회 여야는 산은의 지방 이전 관련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 수장 임명 이후에 노조가 출근길 시위에 나서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최장 기간 출근길이 막힌 사례가 될 수도 있다"며 "최소 인력만 내려보내는 등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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