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거래일 연속 반대매매 규모 확대
올 3월 이후 빚투 잔고 21조대 지속
물가상승 충격으로 지수가 흔들리자 시장에서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 20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로 변동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까지 오르고 있어 시장에 '빚투(빚내서 투자)'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는 174억15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달 31일(127억7900만원) 이후 6거래일 연속으로 증가했다. 그사이 일일 반대매매 규모는 55억원이나 늘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 후, 약정한 만기기간 내에 변제하지 못해 주식이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되는 것을 말한다. 통상 미수거래의 경우에는 3일, 신용거래의 경우에는 1~5개월이 상환기한이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이 기간에 상환하지 않거나 담보가치가 일정비율 이하로 하락할 때 임의로 반대매매를 실시한다.
최근 반대매매 증가는 미국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여파로 해석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CPI 발표 이후 뉴욕증시가 경기침체 우려 확대로 '검은 월요일'을 보냈고, 코스피도 1년7개월 만에 2500p 아래로 떨어지며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반대매매 리스크가 시장에 확산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일 신용융자잔고는 21조639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잔고의 증가세는 한풀 꺾였으나 올해 3월 이후 20조원대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잔고가 높은 종목은 시가총액이 작고,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 주식인 것으로 확인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신용융자잔고가 높은 종목의 주가 하락폭이 큰 점을 고려하면, 향후 주식시장 하방위험이 가중될 시 고위험 종목군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반대매매에 따른 투자피해는 이전 보다 더 클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초 융자 기간 7일 이내의 이자율을 연 4.50%에서 4.75%로 0.25%p 올렸다. DB금융투자는 전 구간에 걸쳐 이자율을 0.20%p씩 인상했고 메리츠증권도 이자율을 0.10%p 올렸다.
유안타증권은 이자율을 0.25%p 올렸고, 대신증권도 융자기간 8일 이상인 매수분에 대해 이자율을 0.50%p 인상했다. 이보다 앞서 교보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은 지난 4월 이자율을 최대 0.20%p 인상한 바 있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준의 긴축 충격으로 국내 금융상황이 악화된다면 경제 주체들의 자금조달에 애로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불안 요소를 점검하고 이것이 실물 부문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대응 방안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