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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AI 로봇의 가족사랑 수채화


입력 2022.06.09 17:17 수정 2022.06.09 17:17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애프터 양’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국내 인터넷 사이트 ‘싸이월드’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했던 싸이월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밀려났지만 2000년대 중후반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를 이끈 대표 SNS였다. 싸이월드가 지금 인기를 얻는 것은 다시 오지 않을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때 그 시절의 사진을 보며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한다. 지난 1일 개봉한 ‘애프터 양’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단편 소설 ‘양과의 안녕’을 영화화한 것으로 희미해져 가는 인간의 기억에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AI 로봇이 사람들과 나누었던 다정했던 시간과 아름다운 순간을 한 편의 수채화로 채워 넣었다.


차(茶) 상점을 운영하는 제이크(콜린 패럴 분)와 회사 중역인 키라(조디 터너스미스 분) 부부는 중국인 딸 미카(엠마 찬드로위자야 분)를 입양하고 그의 교육을 위해 중국인으로 설정된 AI 로봇 안드로이드 양(저스틴 민 분)을 구입한다. 미카의 오빠로 가족구성원이 된 양은 어느 날 가족 댄스대회에 출전해 격렬한 춤을 춘 후 작동을 멈추고 제이크는 양의 수리 과정에서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영화는 양의 기억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이 지녀야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입양한 딸 미카를 위해 구입한 양은 기계에 불과했지만 양은 사랑으로 미카를 돌보며 양육했고 수명을 다했다. 제이크는 수리과정에서 AI 로봇인 양이 아주 오랜 세월 아이를 양육하면서 자신과 관계를 맺은 이들을 떠나보내고 기억하는 일을 계속했다는 것과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가족의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음 깨닫는다. 영화는 양의 기억을 탐험하며 상실과 사랑, 삶, 결국엔 인간성까지 천천히 주제를 확장해 나간다.


현대 사회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담는다. 영화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느 SF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곧 다가올 가까운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며 또는 지금 어딘가 이런 가족이 존재할 것 같기만 하다. 현대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고려할 때 가족의 기능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영화는 인종의 경계를 허물고 국가의 경계도 허물며 심지어 인간과 로봇의 경계도 허문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백인, 흑인, 아시안, 여기에 AI 로봇까지 포함시켜 고전적 정의의 가족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는 현시대의 가족의 의미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은 아무리 성공해도 주류사회에 편입되기 힘든데 이러한 경험이 로봇 양에게 투영되었다. 양은 가족의 일원이지만 인간 가족 구성원으로 온전히 녹아들 수 없었다. 연출을 맡은 코고나다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으로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의 감독이다. ‘파친코’에서는 한국적인 스타일의 정교한 감성을 펼쳐보였고 이번 영화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담으며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아시아계로 살아야 하는 비주류의 삶을 은유적으로 그려냈다.


가족은 기억을 공유하며 자아형성 과정을 거쳐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울타리다. 이러한 가족의 개념과 역할은 최근 핵가족화와 1인 세대 증가로 크게 변화되고 있다. 영화 ‘애프터 양’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되짚어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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