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란의 싹 제거" "훌리건 정치 벗어나야"
지방선거 패배 인한 계파 갈등 사전 차단
'범친문'에 속해 친명계 견제용이란 해석도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2연패'로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 측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이 3일 '계파 모임' 해체를 선언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책임론'이 거세지는 등 계파 갈등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범친문(범 친문재인)'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친명(친이재명)계의 해체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 전 대표 측 이병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계파로 오해될 수 있는 의원 친목 모임을 해체하기로 했다"면서 "경선 당시 이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은 당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몇 차례 친목을 다졌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친목 모임 해체 결정이 당내 분란의 싹을 도려내고 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서로 간의 불신을 넘어야 새로 태어날 수 있고, 민심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이 새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파싸움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고 문제의 핵심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전 대표와 측근 의원들은 전날 밤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오는 7일 미국 유학을 떠나는 이 전 대표를 환송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상황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 측근 모임인 '광화문포럼'도 이날 선제적인 계파 해체를 주장하며 해산을 선언했다.
광화문포럼 좌장인 김영주 의원은 운영위원장인 이원욱 의원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럼 소속 의원 61명은 더 큰 통합의 정치를 지향한다"면서 "이제는 포럼으로서가 아닌 의원 개개인으로서 민주당의 재건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재건은 책임정치에서 출발한다. 당내 모든 계파정치의 자발적 해체만이 이룰 수 있다"며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식의 훌리건 정치를 벗어나는 속에서 가능하다. 국민이 공감하는 유능한 정당의 변화 속에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양측 모두 표면적으로는 당 혁신 차원에서 계파정치를 해체하고, 당이 둘로 쪼개지는 등의 파국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낙연계와 정세균계가 각각 '분란의 싹 제거' '통합의 정치'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취지다.
다만 계파 모임 해산 움직임이 당 전반으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선거 패배 직후, 전당대회 전후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혁신의 일성으로 내세운 계파청산 선언은 그간 정치권에서 수차례 있었지만, 구호에 그쳤다. 이낙연계와 정세균계가 선거 패배와 관련한 지지층의 화살이 자신들까지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계파가 없는 정당은 없다"며 "계파는 청산될 대상도 아니고 청산될 수도 없는 존재다. 계파정치가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낙연계와 정세균계의 계파청산 선언은 선거 패배에 대한 비판을 상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을 친문 진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친명계 견제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친명계 인사들이 이재명 상임고문의 당권 도전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움직임을 묶어 놓으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한편, 원외 인사들도 친문계와 친명계의 신경전이 이어지자 우려를 제기했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민주당은 내부 총질에 혼연일체가 돼있다"며 "진짜 싸움은 밖에, 민생, 경제에 있다"고 충고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친문 대 친명' 삿대질이 웬말인가"라며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수조차 없다"고 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렇게 출구 없는 내홍으로 가다가는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당이 '폭망'할 것"이라며 양측에 자제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