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연일 李 저격…"전대 불출마가 합리적"
김한규도 "김포공항 이전 공약 선거 영향 미쳐"
李, 친문 맹공에 오늘 의총·연석회의도 불참할 듯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가 '이재명 책임론'을 연일 제기하면서 이재명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당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둔 듯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벼르던 친문계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 의원을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하자 이 의원에 대한 비토론을 쏟아내고 있다.
친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은 3일 CBS라디오에서 이 의원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에 대해 "(대선 때 민주당을 지지한) 1614만명이 내가 나서면 아무 때나 뭉쳐서 도와줄 거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본다"고 했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이 의원을 겨냥해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한규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에서 이 의원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제주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가세했다.
김 의원은 "(제주시을 보궐선거의) 박빙 상황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줬다"며 "이 의원이 출마하지 않고 전국적인 지원을 한다고 했었으면 (선거에)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친노무현)계로, 범친문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이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를 싸잡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대선 때 진 패장 후보가 한 달도 채 안 돼서 다른 선거에 나가서 '난 잘못 안 한 것 같다'(고 말하고), 그 선거를 이끌어서 '죄송합니다'라고 사퇴한 당대표가 '그게 아닙니다’ 이러면서 또 선거에 나가는 건 민주주의 기본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는 걸 의식한 듯 이 의원은 지난 2일 자정께 당선 소감을 밝힌 이후부터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의원은 당시 '민주당 지도부 총사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당권에 도전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인천 계양을 당선이 확정된 후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국민의 따가운 질책과 엄중한 경고를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잘 받들도록 하겠다"는 등의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를 겸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의 성찰과 쇄신 방향, 차기 지도부 구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을 향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 의원으로서는 참석하는 게 큰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의원이 연석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