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데뷔해 올해까지, 햇수로 68년간 무대에 선 송해의 업적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후배들이게 귀감이 되어 온 건 그가 무대에 임하는 자세 때문이기도 하다.
송해는 코미디계의 전설 고(故) 구봉서 배삼룡보다 한 해 늦은 1927년생으로, 국내 현역 연예인 중 단연 최고령이다. 그는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연예 활동을 시작해 TV 방송이 시작된 이후 여러 방송사를 넘나들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코미디언으로 ‘웃으면 복이 와요’ ‘유머 1번지’ 등에 출연했고,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 MC로 무대를 지키고 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MC로 활약하고 있는 ‘전국 노래자랑’으로 역대 한국의 현역 방송인 역사상 가장 장수하고 있는 최연장자인 인물이며, ‘전국 노래자랑’을 33년 동안 진행하여 국내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진행자, 국내 단일 프로그램 ‘연속 진행’ 최장수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계속 경신되고 있다.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나 데리러 오거든, 우리 후배들 활동하는 것 다 보고 가야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여라” - 송해 ‘2015 KBS 연예대상’
송해는 무대 위에 존재하는 그 자체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한 프로그램을 수십년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한 그의 재치 있는 입담과 순발력은 후배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가장 중요한 ‘열정’은 후배들의 존경을 부른다.
“내가 송해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사랑받고 방송을 할 수 있을까? 저는 못할 것 같아요.” - 이경규 ‘나를 돌아봐’
“전국 방방곡곡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는 송해 선생님은 서의 정신적인 지주이고 롤모델이다. 언제나 계속 건강하시길 바란다.” - 박명수 ‘박명수의 라디오쇼’(2021)
“송해 선생님은 원고를 직접 쓰시고, 출연자들을 일일이 만나서 설명해주신다. 그때나 지금이나 열정적이시고 너무 존경스러운 선생님이다.” - 이찬원 ‘연중 라이브’
“송해 선생은 현재 우리 분야의 최고령자다. 지금도 일하고 있다. 그 열정은 존경의 대상이어야 한다. 소중한 분이다.” - 이순재 ‘박중훈의 라디오스타’(2018)
무엇보다 송해는 자칫 나태해지고, 익숙해질 수도 있는 장수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자세를 늘 경계하고 새로움을 추구해왔다. 오랜 세월의 관록을 뽐내면서도 프로그램을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장수 MC 비결이기도 하다.
“어느 날 녹화를 하러 갔는데 송해 씨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어제 술을 많이 잡수셨나’ 싶었는데 머릿속으로 리허설을 하고 있다고 했다. ‘늘 하던 건데 무슨 리허설이냐’고 물었는데 ‘매일 진행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 이상벽 ‘퍼펙트라이프’(2022)
“송해 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 작은 부분까지 체크하고 공부하시는 걸 보면서 노력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인간의 모습을 보며 저도 많은 걸 배웠다. 살면서 부지런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 윤재균 감독 ‘송해 1927’ 시사회 中
업계의 동료, 후배들은 물론 대중들도 송해의 무대에 대한 열정을 높이 사고 있다. 서울 종로 수표로 일부 구간이 ‘송해길’로 명명되고 경북 달성에 ‘송해공원’이 조성됐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그의 일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이 개봉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헌정 콘서트, 뮤지컬 등도 다수 만들어졌다.
그렇게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며 구순을 훌쩍 넘겨서도 왕성하게 활동해 온 국민MC 송해가 건강 악화로 제작진에 ‘전국 노래자랑’ 무대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들도 송해가 곧 마이크를 내려놓게 될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비록 프로그램에선 내려올지라도 그가 보여준 무대에 대한 숭고한 열정은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