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사상 첫 10 달러 하회
"출혈 경쟁, 실적 달성 변수"
쿠팡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공모가와 비교해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매출은 급격히 올랐으나 적자 우려가 지속하고 있는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업종 내 단가 경쟁이 지속하고 있어 주가 반등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16.40% 상승한 13.34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35달러)와 비교해 약 3분의 1 수준이다.
쿠팡의 주가는 지난주(9~13일)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9일 22.34% 급락했다가 다음날 13.16% 급등했고, 11일에는 다시 8.60%가 빠졌다. 이 과정에서 쿠팡의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10 달러가 무너지기도 했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쿠팡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출은 대폭 끌어올렸으나 영업익은 적자를 기록하며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2% 증가한 51억1668만 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2억57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 줄었다.
실적발표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쿠팡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7달러로 제시했다. JP모건은 "쿠팡 주가는 과매도 상태로 현재 가격은 저평가된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쿠팡의 조정 EBITD(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가 직전 분기 제시한 가이던스를 초과 달성한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쿠팡의 1분기 조정 EBITDA 손실 규모는 9100만 달러로 전분기 보다 68%나 줄었다. 조정 EBITDA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순수 현금 흐름을 볼 수 있는 지표다.
다만,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해외 기관과 달리 변수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인플레 상황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커머스사업 내 벌어지고 있는 단가 경쟁은 쿠팡의 실적 목표 달성을 방해할 주요 리스크로 지목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온 이들의 사업모델이 가파른 인플레 앞에서는 맥을 못 출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처음 경험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으로 사세를 확장했기에 가격 인상은 플랫폼 주인에게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홍석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인플레 압력을 높인 부분은 식품과 서비스"라며 "서비스 부분의 높은 인플레율은 미국의 높은 노동수요 대비 노동공급이 부진한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며 자본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점도 지켜봐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거리두기 해제 이후의 리오프닝 확대와 여행 이연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온라인 소비의 단기적인 수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커머스업종 내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실적과 주가의 향방은 시장 점유율 확보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때 각광 받던 이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냉정해지고 있는 시기"라며 "엔데믹으로 이커머스 시장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 수는 크게 증가한 상태이고, 투자 비용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기업공개(IPO) 철회는 이커머스 산업의 경쟁강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상위 사업자 중심의 산업 개편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