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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곡물 값 ‘악’ 소리…식품업계, 자구책 찾아 발동동


입력 2022.05.11 06:42 수정 2022.05.10 15:0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곡물 비축량 3~5개월치 수준

3·4분기 위기 가능성 더욱 높아

수입처 다변화 등 다각도 노력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외국산 콩 등 곡물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러시아가 주요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세계 식량 가격 상승세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체들이 곡물 수입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직전과 비교해 곡물 가격이 2년 만에 70% 가까이 가격이 뛰어 올랐다. 곡물 소비량의 80%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엔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상승세는 작년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주도하고 있다. 전쟁 직전까지 옥수수 수출량 세계 4위, 밀 수출량 세계 6위였던 우크라이나의 수출 항구가 봉쇄되면서 주요 수입국인 유럽 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세계 밀 공급처 흑해 지역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진 상황에서 가격 상승 시기에 구입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수입되며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수입 곡물가격 상승세는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식량 생산국들의 ‘식량 쇄국주의’도 짙어지고 있다. 곡물 가격 인상이 자국 내 수급에 영향을 주자 수출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이후 식량 수출 통제를 선언한 나라만 35개국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주요 지역의 파종면적이 크게 줄며 올해 3분기 곡물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국책연구원 분석이 나왔다. 쌀을 제외하고 밀·콩·옥수수 등 곡물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의 식량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만큼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농식품부는 사료와 식품 원료 구매 자금 금리를 2.5∼3.0%에서 2.0∼2.5%로 낮추고 사료 곡물의 대체 원료인 겉보리와 소맥피를 대상으로 무관세가 적용되는 할당 물량을 늘린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략 작물 재배 농가에 대한 직불금 지급(보조금)을 확대하고, 농촌 인력난 해소와 농자재 가격 부담 최소화 같은 안심하고 영농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동시에 밀·콩 전문 생산단지와 전용 비축시설을 확보하는 정책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공공비축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소비량이 줄고 있는 쌀을 대신해 밀과 콩을 심도록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급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하지만 식량 위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토가 한정적이라 공급량이 한 없이 부족한 데다, 기업들이 제품에 바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상품성이 뒷받침돼지 못한다는 이유 등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곡물 수입처 다변화가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중장기적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은 한국의 곡물자급률(국내 소비 대비 생산 비중)을 끌어올릴 해법 마련이 시급해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체 보유한 곡물 비축 물량이 최대 5개월치밖에 되지 않는다. 3분기 부터는 아마 한계점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며 “대체 물량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거래처 변경 비용 등으로 도입 단가가 오르고 제품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산 원재료를 주로 쓰다가 호주나 유럽 등으로 거래를 트는 식이다. 가격 예측 역량을 강화해 선물 거래시 좀 더 유리한 가격으로 수매하거나 연구개발을 통한 효율화도 추진 중이다.


다만 업계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젠간 한계점에 봉착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곡물 수입처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식량 쇄국주의가 거세지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작년 11월 전쟁이 감지되고 수확량이 감소할 것 같아 구매량을 늘리고 수입처 다변화와 함께 조기 구매 등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업 입장에서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하더라도 공급이 늘기 전까지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게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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