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4분기만 코스피 10조 순매도
"원·달러 환율 1240원 박스권 관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6월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0.5%p(50bp)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 우려가 커지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금리 인상이 본궤도에 오르며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4월 이후 코스피 주식을 10조659억원 순매도 했다. 2분기가 반환점을 돌지 않았지만 1분기 순매도액(5조4495억원)의 약 두 배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시장 내 외국인 비율은 급격히 줄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비율은 18.17%로 연초(18.29%) 대비 0.12% 감소했고,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비율은 4.51%로 연초(4.80%) 대비 0.29%가 줄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외국인의 매도세가 몰리고 있어 지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은 올 들어 삼성전자를 4조7586억원, LG에너지솔루션을 3조337억원 각각 순매도 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매도세가 집중됐던 시총 상위 대표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미 크게 낮아져 있다"며 "금융위기 수준 혹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레벨까지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업계는 1300원을 넘볼 정도로 오른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봤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72원으로 강달러가 진행 중"이라며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센티먼트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환율이 고공비행 하고 있지만 안정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 연준이 5월 FOMC에서 22년 만에 0.5%p 금리인상이 단행한 데 이어 '빅스텝'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FOMC 회의 직후 "향후 경제와 금융 여건이 연준의 기대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50bp 추가 인상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FOMC 결과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기존 1.00~1.25%p에서 0.50~0.75%p로 좁혀지며 한미 금리 역전 현상 발생 우려가 커졌다. 양국 간 금리가 역전될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았던 사례는 과거 3차례 있었는데, 현재 한국 증시가 직면한 상황은 지난 2018년 3월과 유사하다. OECD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 100을 향해 하락하는 추세가 동일하게 관측되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금리가 역전돼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인이 시장에서 이탈한다"며 "환율은 2018년 3월을 저점으로 위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고 외국인은 그 기간에 국내 주식을 대량 순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결국 외국인의 국내증시 복귀 여부는 환율 안정세에 달려 있다고 입 모은다. 키움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240원 수준에서 박스권 횡보만 해도 외국인의 매수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9년 4월 당시 환율이 1570원까지 급등했다가 이후 2개월 간 1230원에서 1310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며 "그 결과 외국인 지분율이 같은해 7월에 30%대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