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날 5대그룹 총수‧경제 6단체장과 대면
문 정부 취임 두 달 지나 초청한 것과 온도차 '극명'
재계와 소통 행보 이어질 듯…반기업정서 극복 노력도 필요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 5대 그룹 총수와 경제 6단체장을 포함한 주요 기업인들이 초청될 것으로 전해지며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친 기업 행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5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국정농단 사태 후폭풍과 반기업 정서로 추락했던 재계 위상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취임식 만찬에 수장의 참석이 예정된 기업‧단체들은 행사 현장 분위기에 촉각을 기울이면서 새 정부에 전할 경제‧산업분야 현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취임식 만찬 참석 대상이다.
재계에서는 취임 첫 날부터 새 대통령이 기업‧단체 대표들과 대면하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을 거치며 추락했던 재계 위상이 다시 회복됨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취임 이후 2개월 넘게 지난 2017년 7월 27일에야 가졌다. 기업인들과의 만남이 늦어지며 아예 재계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 청와대에서 ‘호프 타임’ 형식으로 회동이 이뤄졌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재계는 ‘뒷전’ 취급을 받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총수와의 만남은 1년 더 미뤄졌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수감됐던 탓이다.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2018년 7월 문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을 계기로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에도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원했다기보다는 정상외교에 삼성전자를 활용하려는 측면이 강했다. 둘의 만남이 이뤄진 것은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이었다. 상대국 정상 앞에서 자국 기업의 현지 투자를 과시하는 것은 정상외교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경제단체들도 문 정부 5년이 순탄치는 않았다. 전경련은 문 정부 집권 초기부터 적폐로 몰려 공식 행사나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 ‘패싱’을 당하며 과거의 위상을 잃었다. 경총도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강력 반발하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면박을 당하는 등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후 회장이 교체되고 부회장이 두 차례나 바뀌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 정부에서는 정책적 방향성도 어느 정도 작용했겠지만 그보다 지지층의 반기업정서가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인들과의 스킨십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윤석열 당선자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기업 프렌들리한 모습을 보이는 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정부에서는 취임식 첫날부터 대통령과 대면 행사에 이재용 부회장과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와 경제 6단체장이 ‘완전체’로 참석하게 되면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위상을 보여주게 됐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10여일 만인 3월 21일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는 등 재계와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경제단체장들에게 자신과 언제든 직접 통화할 수 있게 하겠다며 ‘핫라인’ 구축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정 운영에 있어 재계와 자주 소통하고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다만, 기업들도 ‘국민통합’을 최대 과제로 안고 있는 윤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달 29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진행한 ‘ESG 혁신성장 특별좌담회’에서 반기업정서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면서 기업 스스로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기업이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데, 상의 회장 취임 이후 이 기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면서 “소통플랫폼을 만들어 국민 3만명에게 (반기업정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결과, 기업이 국가경제기여 뿐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도 나서야 한다는 게 시대의 흐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