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매분기 0.6~0.7% 성장시 3% 가능”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하방 리스크 확대
한국 경제가 대내외 붏확실성 속에서도 수출 증가에 힘입어 1분기 0.7% 성장했다. 0.5% 안팎을 기대했던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반영되면서 수출 호조가 한 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두기 해제로 민간소비 개선이 기대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연간 성장률 3.0% 달성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6일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속보) 설명회에서 “1분기 GDP가 단순 수치로는 조사국 전망보다 잘 나온 것으로 순수출 영향이 컸다”며 “산술적으로 계산해 매분기 평균 0.6~0.7% 속도로 성장하면 연간 3%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분기 실질 GDP는 내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전기 대비 0.7% 증가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 1분기(-1.3%), 2분기(-3.2%) 역성장한 뒤 같은 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7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됐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도 3.1% 성장했다.
부분별로는 수출이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4.1%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2.4%, 설비투자는 각각 4.0% 감소했다. 민간소비도 0.5% 감소하며 위축됐다.
1분기 GDP는 수출로 버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출(수출-수입) 성장률 기여도는 1.4%p로 전분기(0.3%p) 보다 크게 뛰었다. 반면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과 공급 병목현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민간소비와 투자 모두 뒷걸음질 쳤다.
다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2분기부터는 수출주도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황 국장은 “우크라 사태나 중국 성장 둔화로 원자재 상승, 글로벌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반도체나 자동차 등 코로나19 이후에 회복수요가 꾸준이 기대되는 긍정 요인인 있어서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민간소비는 방역조치 완화로 회복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았다. 황 국장은 “이달 들어 음식, 숙박, 오락, 운수 등 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동성 지수도 증가하고, 민간 소비와 저축 여력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모두 있어 데이터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설비투자는 정부의 SOC 투자 지표 축소와 지난해 4분기 기저효과 작용하며, 기계 및 장비 부문이 줄어들어 공급차질에 부정적 요인을 끼쳤다. 단 내수 확장, 글로벌 교역 흐름 회복세가 이어지는 부분은 호재다.
건설투자는 안전관리 강화나 건설자재 가격 상승 등 주거형 중심으로 감소한 가운데, 토목건설도 정부의 SOC 집행 부진 등으로 줄었다. 하지만 건설투자 심리는 좋은 상황이다.
그러나 한은의 기대감에도 시장은 연간 3.0% 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 수치 자체는 양호하더라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4%대를 기록중인 물가는 당분간 높은 오름세가 예상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당분간 소비가 위축되며, 내수 회복이 더딜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정책도 주요 변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자,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1250원에 육박했다. 이같은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를 낮출 수 있다. 또 수입 물가를 밀어올려 인플레 압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고물가나 금리인상을 고려하면 경기부진에 더 가깝다고 본다”며 “글로벌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하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 오름세 확대와 금리인상 압력 등으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연간 경제성장률 3%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대내외 여건변화와 경제상황을 종합해 다음달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을 3.6%로 낮추고,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2.5%로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