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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재계 기상도-⑤] 사업재편·공격투자…포스코 미래, 최정우 경영자율성에 달렸다


입력 2022.04.21 06:00 수정 2022.04.21 09:2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새 정부 출범 후 회장 중도사퇴, 尹 정부에서도 되풀이될지 촉각

포스코홀딩스 본사 설립 관련, 포항 지역 여론 악화 '리스크'

"신사업 추진 등 경영전략 일관성 유지하려면 임기 채워" 지적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

5월 10일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전 정부에 비해 전반적인 기업 경영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별로 주력 업종과 새 정부 정책기조와의 연계성, 총수의 성향 등에 따라 상황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정부 출범을 계기로 주요 대기업 집단별 기상도를 그려본다.[편집자 주]


“정권이 바뀌면 포스코 회장도 바뀐다.” 상식적으로 민간 기업에게 적용될 이유가 없는 법칙이지만 불행하게도 포스코 역대 회장 교체의 역사는 이 법칙을 사실로 증명해준다. 정권 교체가 최고경영자의 교체로 이어진다면 정치색이나 국정철학을 떠나 새 정부 출범 자체가 기업에게는 리스크다. 포스코에 또 다시 ‘계절성 호우 주의보’가 내려질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1대 박태준 회장 김영삼 정부 출범 직전 사퇴 ▲2대 황경로 회장 6개월 임기로 단명 ▲3대 정명식 회장 1년 임기로 단명 ▲4대 김만제 회장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사퇴 ▲5대 유상부 회장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사퇴 ▲6대 이구택 회장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사퇴 ▲7대 정준양 회장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사퇴 ▲8대 권오준 회장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퇴.


이정도면 ‘흑역사’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4대 김만제 회장부터는 연임 후 정권 교체 후 사퇴라는 동일한 패턴을 반복했다.


9대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2024년 3월까지 2년 가량 임기를 남긴 시점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과거 5명의 선대 회장들과 평행이론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과거 퇴진한 회장들 중 일부는 정치권과 유착 의혹이 있었고, 개인 비리 등이 문제가 된 사례도 있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특히 전임 권오준 회장은 별다른 논란에 휘말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 수행 경제인단에서 제외되는 등 ‘패싱’을 당하다가 아무 이유 없이 자진 사퇴했다.


현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가 회장 선임 과정에서 더 이상 정치권의 외풍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구성한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첫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연임 과정에서도 CEO 후보추천위의 면밀한 심사를 거쳤다.


철강시장 호황이라는 대외 변수가 있었지만 그동안 포스코 실적도 좋았고,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탄소중립 트렌드에 발맞춰 배터리 소재 등 비(非)철강 사업 포트폴리오도 잘 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 최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본사 위치를 놓고 불거진 포항 지역민들과의 갈등이다. 포항‧경북 지역민들의 반발로 결국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서울 설치 방침을 철회하고 포항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포항 지역민들은 최 회장이 직접 포항에 내려와 포항 지역 회사로 남겠다는 ‘백기투항’을 선언할 것을 바랐던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7일 포항에서 열린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착공식에 최 회장이 불참하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포스코홀딩스가 직원들에게 ‘포스코그룹 정체성’을 주제로 사내 메일을 보내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며 국민기업은 극복할 프레임’이라고 강조한 일로 포항 지역민들의 반발은 더 커졌다.


정치적 이슈와 엮이면 이성적 논리는 아무 소용이 없다. 포스코는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기업이고, 철강을 넘어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기업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지역주의에 묻히는 모양새다.


영남지역 여론에 민감한 보수정권으로서는 모른 체 하기 힘든 사안이다. 새 정부에 참여하는 이들이 과거 정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포스코에 ‘고분고분한’ 수장을 앉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영남권과의 갈등은 최 회장이 임기를 지키는 데 부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최정우 중도 낙마하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 비전 어쩌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019년 10월 19일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리튬 추출 데모플랜트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포스코

최 회장이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중도 낙마한다면 철강을 넘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스코의 미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최 회장의 지휘 하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한 데 이어 올해 1월 임시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지난 3월 2일 포스코홀딩스가 출범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됐다.


최 회장은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 산하에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 및 기타 자회사들을 두는 체제로 전환하면서 본업인 철강 외에 배터리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미래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그룹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해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 이상 증대시킨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특히 최 회장은 철강업체에서 벗어나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기업 정체성 쇄신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성숙산업인 철강에만 의존해서는 발 빠르게 변하는 산업 트랜드와 환경 이슈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배터리 소재 등 유망 분야를 포스코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포스코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음극재 생산능력 확대와 리튬·니켈·흑연 등 원료 일괄 공급망 구축에 나서며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정체성이 전환되는 과도기에 외부 요인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수장이 바뀐다면 그동안의 투자와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최소한 주주들의 연임 승인을 통해 결정된 임기만큼은 보장해 줘야 경영전략의 일관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국내 제조업에 철강을 공급하는 국가 기간산업체로서의 포스코라면 모를까,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미래 사업으로의 중심이동 과정에서 컨트롤타워가 교체된다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포스코 회장 자리가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돼온 흑역사를 새 정부에서는 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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