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태규 사퇴로 합당선언 불발"
"합당 시너지 효과 찬물"…불편한 심기
합당 흐름은 계속, 실무협상 거의 완료
결국 '시기'의 문제...安 "좀 지켜보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에 제동이 걸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인수위원직을 내려놓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합당은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시점을 두고 양측 간 신경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태규 의원이) 불편한 모양새로 인수위를 종료하는 상황이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간 합당에 시너지를 내는 데 있어서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아니냐"며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안 하겠지만, 협상할 때 우리는 국민의당 요구 조건을 다 받아줬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전날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어제(11일) 국민의당과 합당 선언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과 이 의원의 돌발 상황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 의원의 인수위원 사퇴로 합당선언이 이뤄지지 않아 상당히 유감"이라고 했었다.
이 의원의 사퇴는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선에 '안철수계'가 빠진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며 입각이 유력한 안철수계 인사로 꼽혀 왔지만, 정치인 출신은 행안부와 법무부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전날 취재진과 만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인선 과정에서 제가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에게)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며 다소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합당에 대해서는 "당의 사무총장 포함 당직자들에게 맡겨 놓은 상태"라며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이) 취임하고 앞으로 5년 동안, 향후 정부 창출에도 함께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안 위원장이 계신데 무슨 파열음이냐. (공동정부와 합당은) 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2차 내각 인선에도 '안철수계'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양측이 합당의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모두 끝냈고, 대부분 쟁점에서 합의를 했다는 점에서 합당이 무효화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언제 할 것이냐는 '시기'의 문제라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실무적으로 합당이 굉장히 진척 돼 어느 정도 합의된 것으로 들었다"며 "아마 잘 진행되리라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장 오늘, 내일 합당을 선언해도 될 정도로 실무적인 합의는 다 끝내 놓은 상태"라며 "국민의당 내부에서 아직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 결국 안 위원장이 결단을 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공천 지분, 합당 후 최고위원 인선 등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을 국민의힘 측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의 인수위 사퇴로 합당 흐름이 한 차례 중단된 만큼, 완전 합당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