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자체 발포주 브랜드 첫 출시
“종합주류 유통기업으로 도약할 것”
하이트진로·오비·신세계 경쟁 본격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맥주시장 경쟁에 불꽃이 튀고 있다. 발포주 ‘필라이트’의 성공에 오비맥주가 ‘필굿’을 내놓으며 시장이 크게 확장된 상황에서 신세계L&B가 또 다시 새 발포주를 선보이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우창균 신세계L&B 대표는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포주 브랜드 레츠 프레시 투데이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신세계엘앤비가 자체 발포주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주류업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맥주는 청량한 맛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늘어났다”며 “레츠가 침체된 대중맥주 시장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츠는 신세계가 스페인 맥주 양조장 폰트살렘과 협업해 만든 발포주다. 알코올 도수는 4.5도, 맥아 비율은 9%다.
가격은 500㎖ 캔 기준 1800원으로 필라이트와 필굿보다 200원 비싸다. 기존 제품 대비 보리 함량을 높이고, 스페인에서 들여오는 물류비 등이 반영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상쾌하고 깔끔한 맛으로 ‘소맥(소주+맥주)’ 용도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제품명은 권유를 뜻하는 영단어 레츠(Let's)에서 착안했다. 신세계엘앤비는 다음달 1일 이마트24 등 편의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와 일반 음식점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마기환 영업 담당 상무는 “이번 발포주 브랜드 론칭으로 와인 1위 수입사를 넘어 진정한 종합 주류 유통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레츠로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여름철, 치열한 ‘발포주’ 경쟁 예고
신세계L&B의 참전으로 올 여름철 발포주 시장 경쟁은 뜨거울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각 사를 대표하는 라거맥주를 중심으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으나 올해는 경쟁사가 하나 더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홈술 시장을 석권하기 위한 주류업계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2019년을 기점으로 맥주 시장에 심상치 않은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맥주 병의 색깔이 갈색에서 초록색으로 과감히 변신하는가 하면 재료 또한 보리에서 쌀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국산 맥주의 ‘전성기’가 열렸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오비맥주가 성수기 여름철을 앞두고 자사 대표 맥주 브랜드 ‘카스’를 투명병에 담는 파격 리뉴얼을 단행한 바 있다. 내부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투명병으로 ‘맥주=갈색병’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 부수는 한편, 카스 브랜드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올해는 발포주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발포주는 가정용으로 소비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외부활동이 줄어 가정 시장이 커진 것을 감안하면, 발포주 성장세는 무한하다. 최근 가정 내 소비가 늘면서 업소용과 가정용이 3대7 수준으로 역전됐다.
현재 국내 발포주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독점하고 있다. 발포주는 맥주 원료인 맥아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을 말한다. 맥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리돼 일반 맥주보다 주세가 낮아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처음 발포주 시장을 개척한 하이트진로는 2017년 ‘필라이트’, 2018년 ‘필라이트 후레쉬’, 2019년 ‘필라이트 바이젠’, 2020년 ‘필라이트 라들러’, 2021년 ‘필라이트 자몽’ 등 매해 신제품을 출시하며 선도 기업으로서 소비자에 새로움과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노력해왔다.
필라이트 브랜드는 뛰어난 가성비와 품질력, 캐릭터 마케팅이 조화를 이루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와 혼술, 홈술족의 지지를 받았다.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는 가정시장(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출시 4년5개월 만에 12억캔 판매를 돌파하며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이트진로가 발포주를 출시할 당시 업계 1위였던 오비맥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전세가 역전될 위기에 처하자 발포주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발포주가 전무했던 국내 주류시장에 약 2년 만에 발포주 종류가 2개로 늘어나게 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신세계L&B의 발포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지고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화제가 될수록 기존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도 발포주라는 맥주에 대해 찾아 먹어보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가격 경쟁력 통할까?…수제 맥주도 경쟁사
맥주업계는 가정 시장 공략의 한 방법으로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다.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다만 ‘가성비’를 앞세워 주류시장에 뛰어든 발포주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으로 분석된다. 2020년 초 주세법 개정을 계기로 맥주시장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4캔에 만원 등 소비자 선택권이 보다 폭넓어졌다.
최근 가격 인상으로 인해 수입 맥주은 4캔의 1만1000원 등으로 1만원 공식이 깨진 상황이지만, 여전히 국내 수제맥주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상당하다. 게다가 다양한 맥주를 골라 마실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제맥주 업체들이 홈술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대거 쏟아내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된 점은 발포주 입장에서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다양한 맥주를 접하면서 소비자 입맛과 취향이 고급화된 점도 넘어야 할 산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발포주와 수입맥주, 그리고 국내 수제맥주 모두 MZ세대를 타깃으로 하지만 단순히 연령 비교만으론 타깃층을 나누긴 어렵고, 소득이나 경제적인 수준에 따라 선호도가 나뉠 것 같다”며 “발포주는 20대 주머니가 가벼운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홈술 문화가 정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포주 시장이 커진 것에 대해서는 환영할만 하다”며 “홈술 트렌드가 맛있는 술을 적당량 즐기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점과 발포주의 경우 일반 맥주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고 인식되는 것이 수요 확대에 한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