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과도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민간 중심 공급 활성화
"공급대책 축소 불가피…2·4대책 사실상 폐기 수순 밟을 듯"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공약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선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대책이 추진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여전히 후보지들을 중심으로 정부 대책에 대한 불만이 거센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급대책이 어그러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은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를 통해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부동산 공약을 제안했다.
공약집에선 현 정부의 과도한 정비사업 규제로 공급 부족 및 주택가격 폭등을 야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잘못된 시장 진단으로 실효성 없는 규제를 남발해서 생긴 주택시장 문제를 차기 정권에서 해소해 나가겠단 의지다.
공약 이행을 위해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합리화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개선, 기부채납 운영기준 마련 등을 추진한단 방침이다. 임기 5년간 250만가구 이상 공급을 목표로 제시한 윤 당선인은 이 같은 민간 주도 방식으로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수도권 35만5000가구 등 전국에 47만가구를 짓겠다고 목표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직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윤 당선인의 부동산공약 입법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공 주도로 대규모 주택공급을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와는 정반대 행보를 예고한 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4대책(3080+) 발표 이후 올 초까지 정부는 총 8차례에 걸쳐 76곳(10만가구)에 이르는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를 선정했다. 일부 지구지정 절차를 마무리한 후보지도 있으나, 대부분의 후보지에선 여전히 재산권 침해 문제 등으로 주민들 간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후보지만 잔뜩…2·4대책 1년 넘게 성과 미미
주민들 간 갈등 여전, "새 정부서 전면검토해야"
그간 규제 일변도 정책을 반복하다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뒤늦게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성을 전환한 탓도 크다. 급하게 내놓은 공급대책은 충분한 지자체 및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시장의 반감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후보지 주민들은 시장에 맡겨 주택시장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공감하며 새 정부 출범 이후 2·4대책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080+공공주도반대연합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어떻게 부동산공약을 구체화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현 정부의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공익성을 강조하며 일부 주민 동의로 나머지 주민들의 주택과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도심복합사업은 새 정부에서 전면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구잡이 아파트만 짓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거 형태를 추구해 2·4대책으로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부작용은 막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목표한 대로 실제 공급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는 2·4대책 1년 만에 지구지정 목표치인 19만6000가구의 절반가량을 채웠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 후보지만 양산했을 뿐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 성공 사례라고 홍보하는 흑석2구역도 여태 답보상태"라며 "당초 주민들이 원해서 후보지로 지정된 것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업 가능성 있는 곳을 발굴해 지정하는 방식을 취했고 이제 겨우 지구지정만 한 것이어서 사업이 엎어지는 곳이 태반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차기 정부에서 현 정부 공급대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사업이 진행되기는 어렵다"며 "사실상 2·4대책은 폐기라고 보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또 "공공이 유리해서 현재 사업 방식을 따르겠다면 지연되진 않겠지만 윤 당선인이 규제 완화를 약속한 데다 더 나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도 있는데 굳이 공공으로 추진하려는 구역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구지정 철회가 쉽지는 않겠지만 법을 바꿀 문제는 아니어서 몇 년 더 지연되더라도,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진행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