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관례 따라 늦어도 18일 전 회동 전망
첫 통화는 덕담…21개월만의 만남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모두 회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회동 시기는 이르면 다음 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특히 두 사람이 '불편한 관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1일 양측에 따르면 회동 시기는 미정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아직 조율 중"이라며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당선인측과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당선인의 첫 회동이 통상 대선 이후 열흘을 넘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늦어도 18일 전에는 성사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9일 만에 박근혜 당시 당선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이명박 당시 당선인과 선거 9일 만에 청와대에서 만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4일 만에 노무현 당시 당선인과 회동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당시 당선인과 이틀 만에 회동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 3일 뒤에 김영삼 당시 당선인과 만났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대면은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윤 당선인은 당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충돌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당선인이 검찰 인사 및 수사 지휘권 등을 두고 장기간 대립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여당의 갈등 중재 요구에 침묵했다.
이를 계기로 윤 당선인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규정하며 "(윤 당선인이)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총장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후 총장직을 사퇴하고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다.
서로를 향한 감정의 골은 윤 당선인이 당선 후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시사하면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몬 데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이번 대선이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로 흘렀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주목되는 이유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불안한 동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의외로 회동 만큼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굳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 갈등을 양산하는 상황을 연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당시 당선인의 경우가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의 만남은 당시 정부가 'BBK 특검법'을 심의·의결한 직후 이뤄져 관심이 집중됐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을 불과 3일 남겨두고 이 당선인의 BBK 사건과 관련, 검찰의 재수사 지휘권 발동 검토를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했고, 다음 날 국회를 통과한 'BBK 특검법'을 수용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회동은 예상과 달리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당선인을 향해 "내 마음에는 당선인이 나보다 더 윗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를 낮췄고, 이 당선자 역시 "아이고 무슨 말씀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임기가 다하셔도 선임자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BBK 관련 언급 없이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중심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허물없는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도 대선 직후 통화에서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5분간 이어진 윤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새 정부가 공백 없이 국정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많이 가르쳐 달라. 빠른 시간 내에 회동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