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선 전후 증시...‘후’가 양호
“디지털·탈탄소...벤처 IPO 증가”
증시서 정책주 차별화 지속 전망
대내외 변수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대선 이후 투자 전략이 주목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경기 부양책과 함께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과거 새 정부 출범 이후 단기적으로 증시가 상승했던 경험에 따른 학습효과가 작용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책 테마주를 찾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본지는 대선 이후 시장 방향성을 모색하고 수혜 업종 및 공모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증시에선 새 정부 출범으로 주가가 오르는 ‘허니문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선이 호재였던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대선은 주식시장 강세 재료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발 통화정책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시장의 방향성이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차기 정부가 신산업 육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투자 확대와 함께 벤처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대선 6개월 후 코스피 상승...코스닥은↓
10일 유진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한국 대선 전후 주식시장을 살펴본 결과 선거 1년 후 코스피는 대체로 상승 우위를 나타냈다. 1981년 이후 총 8번 대선 중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제외하면 대선 1년 후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주가는 대선 전 3개월 동안 부진하다가 6~12개월 이후 점차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코스닥은 코스피와 달리 대선 후 주가가 약세인 경우가 더 많았다. 1997년 대선을 포함한 5번의 사례에서 대선 1년 후 코스닥 지수가 오른 경우는 두 번 밖에 없었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한국 경제에서 대선이 변곡점 역할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대선 이후 시장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증시는 대형 수출주가 많은 만큼 정책적 효과보다는 글로벌 경기에 더욱 민감하게 움직여왔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가 주가 등락률에 반영돼 있을 뿐 권력을 잡은 정치 집단의 성향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쳐온 변수는 글로벌 교역 여건으로, 대선은 변곡점이 아닌 이정표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중기·벤처 IPO 활성화...지수 저점 높일 것”
다만 이번 대선에선 캐스팅 보트로 부상한 20~30대를 겨냥한 공약들이 많았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다. 고용과 직결되는 창업 지원과 부동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동학개미 운동의 결과물인 개인투자자 보호·지원 등이 해당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창업이 장려되는 분위기에서 유니콘 기업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시총 상위에 벤처 출신 기업들의 수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선거 공약과 대표 캠페인에는 당시의 시대정신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시점에선 시대정신 또는 메가트랜드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디지털, 혁신,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차기 정부에선 디지털·탈탄소·벤처·스타트업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증시와 연결되는 벤처 IPO 활성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시대정신은 디지털화, 탈탄소, 사회 경제적 격차 확대, 인플레이션 등으로 볼 수 있다”며 “일자리와 성장 정책은 디지털·탈탄소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고 대기업보다 벤처기업들의 고용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될 전망으로, 중소기업·벤처 IPO 정책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증시 전반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리스크와 각국의 통화정책 스탠스 등 대내외 이슈가 산재해 있어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코스피 지수는 점차 저점을 높여가는 상향 패턴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슈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지만 극단적 상상에 의한 스트레스에는 내성이 생기기에 지수는 저점을 서서히 높여갈 전망”이라며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경기민감 수출주를 중심으로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리오프닝주, 대선 이후 정책 관련주 등의 차별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윤석열 시대 - 증시 전망②]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