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
최민식 주연
정답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흔히 알고 있는 수학의 매력이다. 애매하지 않고 정답과 오답이 확실하게 딱 떨어진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인생에 수학 공식을 대입해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잊고 있던 가치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이를테면 '질문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든지, '답을 맞히는 것보다는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틀린 질문에서는 옳은 답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이다.
이 질문은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모자란 수학 성적으로 고민하는 한지우(김동휘 분)에게는 아직 어렵다. 일일이 문제를 풀기보단 빠른 공식으로 답을 찾고 싶고, 출제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답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문의 자유를 꿈꾸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이자 명문 사립 고등학교 경비원 이학성은, 수포자 한지우를 자신이 알고 있는 '수학'과 '인생'으로 안내한다. 사실 이학성은 과거 아픔과 사연을 가진 인물로 학생들에게 엄한 경비원이다. 한지우는 이학성으로 인해 기숙사 퇴소 처지에 놓였고, 자신의 수학시험지를 척척 풀어낸 경비원에게 수학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쫓겨나고 호통을 들었지만 결국 그에게 일대일 비밀 과외를 받게 된다.
정답을 찾기 바빴던 한지우는 풀이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위기의 순간, 포기를 하기보다는 담담하게 나아가려 한다. 사회자 배려 전형으로 입학해 온전히 마음 둘 곳이 없었던 한지우에게 이학성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이 작품은 수학이 가진 매력이나 가치를 일상에 적용해 따뜻한 매력을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온기가 더해지니 기꺼이 수학에 빠져들게 된다. 천재 수학자와 명문 사립고 학생의 설정으로 수학을 두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많지만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또한 원주율에 음계를 붙인 '파이송'은 수학과 음악의 색다른 만남도 준비돼 있다.
하지만 수학이란 매개체를 통해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과 배움을 나누는 학생과 중년의 관계가 새롭지는 않다. 멘토와 멘티 관계를 중심으로 한 성장 영화를 우리는 지금까지 많이 봐왔다. 또 후반으로 갈수록 작위적인 감정들이 흘러넘친다. 이를 상쇄시키는 것은 역시 배우 최민식의 연기다. 눈빛, 주름까지 이학성의 내면과 외면을 빈틈없이 표현했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최민식 옆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 신예 김동휘도 합격점이다. 1995년생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보통 학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등학생의 얼굴 그 자체다. 김동휘는 오디션 당시 2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지우 역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대선배의 그늘 아래서도 가려지지 않고 빛이 난다. 첫 스크린 주연작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 완료(QUD, 수학 용어) 했다. 또 한 명의 충무로 기대주 탄생이다. 3월 9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