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사라진 손인형 캐릭터…되살리고자 직접 발로 뛰며 캐릭터 만들어갔다.”
“정보성이 짙은 쇼, EBS만의 강점…트렌드 쫓을 수 없지만 정체성 가지는 것도 중요.”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어린 시절 ‘딩동댕 유치원’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또 배우던 어른들에게 EBS가 AS를 준비했다. ‘딩동댕 유치원’의 어른 버전 ‘딩동댕 대학교’를 통해 두 시즌 동안 추억을 선사한 것. 때로는 그리웠던 그때 그 감성을 선물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른이 된 지금 필요한 조언들을 건네기도 한다. 현재 시즌2까지 방송을 마치고 새 시즌 개강을 준비 중인 EBS 웹예능 ‘딩동댕 대학교’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딩동댕 대학교’는 이슬예나 PD와 함께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스타 캐릭터 펭수를 탄생시킨 박재영 PD가 선보이고 있는 콘텐츠다. 유튜브를 통해서만 공개되는 ‘딩동댕 대학교’는 코끼리 캐릭터 낄희 교수, 부엉이 캐릭터 붱철 조교를 통해 어린 시절 인형극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시즌1에서는 오은영 박사가 연애 솔루션 ‘연애톡강’을 선보이는가 하면, 핫펠트가 ‘프리 브리트니’(브리트니를 자유롭게 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퀸 와사비가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시즌2에서는 황광희가 MC로 출연, 낄희 교수와 뷩철 조교와 함께 새로운 주제들을 소화했다.
박 PD는 어른들이 새로운 타겟이 된 만큼, 유치원이 아닌 대학교를 콘셉트로 그때는 알려주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들을 알려주고자 했다. 주제 선정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 주체가 될 캐릭터들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다. 지금의 감성을 반영하면서도,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요즘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에도 손인형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손인형 캐릭터가 유치한 것이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사라진 손인형 캐릭터를 부활시켜보고 싶었다. 빈티지한 당시 느낌을 살리면서도 색감이나 재질은 세련되게 만들고자 했다. 직접 디자인을 하고 시장에 가서 재질과 색깔을 확인하며 캐릭터들을 만들어갔다.”
연애 문제나 성에 대한 솔직한 고민들을 풀어내며 어린이 프로그램에는 담길 수 없는 주제들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면접, 축의금 등 지금의 어른들에게 필요한 깨알 같은 정보도 제공하면서 2030 세대들의 공감을 유발 중이다. 여기에 어린 시절 배운 양치법이 아닌, 잇몸이 약해진 어른들을 위한 양치법을 새롭게 알려주면서 ‘딩동댕 유치원’과의 연결성을 드러내는 등 여느 고민 상담 콘텐츠가 하지 못하는 새로운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다.
“우리는 ‘딩동댕 유치원’의 AS 버전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나오는 주제들이 있다. 양치법에 대한 콘텐츠가 그 예다. 우선은 제작진의 고민을 열심히 담아내고 있다. 연령대가 다들 비슷해 함께 공감하며 고민들을 풀어내고 있다. 직접 겪은 것들을 담아내다 보니까 아무래도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한 주제들이 담기는 것 같다.”
‘딩동댕 대학교’ 또한 유튜브 구독자들의 성향에 맞게 빠른 전개로 임팩트 있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자막 또한 멋지게 포장하기보다는, 최대한 솔직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정보, 교육이라는 EBS 프로그램의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보성이 짙은 쇼들은 EBS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콘텐츠다. 다만 유튜브에서는 이것이 주류는 아니다. 웹예능이기에 기존의 TV 프로그램들보다는 좀 더 자유롭지만, 트렌드를 마냥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기준을 맞추는 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정체성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딩동댕 대학교’만의 차별점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출연자 또는 전문가들이 소소하면서도 알찬 정보들을 전하면, 댓글에서는 ‘유익하다’, ‘교훈을 얻었다’는 반응들이 이어지곤 한다. 사연에 공감하고 즐기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얻어가는 재미가 ‘딩동댕 대학교’만의 매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 기획을 할 때부터 ‘딩댕동 대학교’가 하나의 커뮤니티가 됐으면 했다. 구독자들이 놀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했다. 마치 하나의 동아리처럼. 하나의 사연을 가지고 소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유튜브의 단점이지만 동시에 장점이기도 한 즉각적인 반응들이 있어 이를 반영해 제작을 하려고 하고 있다.”
웹예능 ‘밥친부터 시작’을 시작으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조연출, ‘자이언트 펭TV’의 공동 연출까지. 교양과 웹예능을 오가며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박 PD다. 그에게도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 과정이 분명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트렌드도 시장의 성격도 빠르게 변하고 있어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트렌드들을 쫓으려고 하면 답이 없을 것 같다. 지금 사랑받는 포맷이 영원히 사랑받는 게 아니지 않나. 최대한 많이 부딪혀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해보고 후회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