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호주·캐나다·필리핀 등 국경 개방 속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시 위축 불가피…일각선 “동유럽 빼고는 타격 없을 듯” 관측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까지 겹치면서 여행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우리나라와 달리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유럽, 호주,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국경을 여는 나라가 늘면서 해외여행 문의가 조금씩 증가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여행소비 심리가 다시 가라앉을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세가 꺾인 세계 주요 각국은 백신패스 등 코로나19 방역조치를 해제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을 시작했다.
영국은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모두 폐지하고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들에 대해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는 지난 12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 백신 접종 완료자는 유전자증폭(PCR) 확인서가 없어도 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호주도 이달 21일부터 백신 접종자에게 무격리 입국을 허용했고 캐나다는 28일부터 백신 접종자을 마친 여행객의 PCR 검사 의무를 폐지한다. 필리핀 역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 여행객에 대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각국별 입국제한 조치 소식에 올 하반기에는 해외로 다시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해외여행 상품을 문의하는 이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인터파크투어가 최근 약 3개월 간(2021년 11월15일~2022년 2월21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비즈니스 및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해외 항공권 발권을 비교한 결과 각각 360%, 359%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쟁으로 인한 공포·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참전하고 장기화될 경우 자연스레 여행 수요도 고꾸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각국 국경 개방 소식에 해외여행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의 국외입국자 대상 7일 격리 의무와 전쟁 이슈 등으로 당장 실질적인 여행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참전을 해 핵전쟁이나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여행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여행업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당시 러시아, 체코 지역에만 취소자가 나왔고 나머지 유럽 지역은 예정대로 출발하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때도 프랑스, 터키,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는 활발하게 여행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동유럽을 빼고는 크게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미국 증시가 깜짝 반등하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적인 군대 파병을 통한 군사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국가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던 작년 11월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1~2% 정도 올라온 수준에 불과하다”며 “내달 대선이 끝나고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기간 축소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입국 완화를 한 국가들을 위주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