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점령 없다"던 푸틴
러시아군 잇따라 국경 넘어
美·나토, 우크라에 군 투입 'NO'
'특수 군사작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새벽 5시 50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감행하며 내세운 명분이다.
푸틴 대통령이 작전 명령을 내린 시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개최된 직후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점령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서는 정황이 잇따라 감지돼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실제로 러시아 군 당국은 우크라이나 군사시설 등을 겨냥한 '핀셋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무장해제'를 거듭 요구해온 만큼, 우크라이나가 '백기'를 들 때까지 공습을 거듭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크라 "군 40명·민간인 10여명 사망…러시아군 50명 사살"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며 러시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 40명과 민간인 1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의 도화선이 된 동부 돈바스 전선과 관련해선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여 50명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내 루한스크 지역의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여 전투기 6대를 격추하고, 장갑차 4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군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공군 비행장 11곳, 지휘소 3곳, 해군 기지 등 74개 군사 시설이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중거리 방공 미사일 시스템 레이더 기지 18개도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은 '특수 군사작전'이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우크라, 동남북 3면서 침공 당해
서부 리비우 지역도 피해 입어
현재 우크라이나는 서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에서 공습을 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러시아 지상군과 탱크, 중장비 등이 국경을 넘어 △북부 체르니히프 △북동부 하르키프 △동부 루한스크 지역 등으로 침공했다고 밝혔다.
미 CNN방송은 러시아 우방인 벨라루스의 베셀로프카를 통해서도 군 병력이 우크라이나 북부로 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남부 크림반도 지역에서도 러시아 지상군 등이 국경을 침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와 마리우폴에도 러시아 지상군이 상륙했다는 러시아 매체 보도가 나왔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던 수도 키예프와 서부 리비우 지역에도 공습이 감행됐다. 키예프 시민들은 공습 경보를 듣고 지하철로 대피하기도 했다.
美·EU "가혹한 제재 가할 것"
나토 "파병 계획 없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추가 제재를 공언하면서도 실질적 병력 투입엔 선을 그었다.
서방 세력의 '소극적 개입'은 "미국과 동맹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영토 모든 부분을 방어할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 맥락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토 일원이 아닌, 미국과 동맹을 맺지 못한 우크라이나는 '나홀로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정당하지 못하다"며 "세계가 책임을 물을 것이다.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가혹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역시 "역대 가장 가혹한 대러시아 제재를 채택하겠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례 없는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회원국 특별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나토 동맹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안에는 나토군이 없으며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을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러시아 침공' 규정 '거부'
한편 중국, 이란 등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권위주의 국가들은 러시아를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를 '침공'으로 규정한 외신 기자 발언을 '거부(reject)'하며 "모든 나라의 안보 관련 우려는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전쟁을 멈추고, 정치적·민주적 해결에 집중하라"면서도 이번 전쟁 원인이 나토의 도발 탓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