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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거리' 안잡히는 카카오콜 택시…시민·택시기사·서울시·회사 모두 할 말 있다


입력 2022.02.25 05:07 수정 2022.02.24 23:03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시민 "집에서 회사까지 짧은 거리…출·퇴근 시간대 카카오콜 택시 아예 안 잡혀"

택시기사 "가성비 따질 수밖에 없어, 7분 이상 걸리면 꺼리게 돼…장거리 한 번 뛰는게 훨씬 이익"

서울시 "'승객 골라태우기'·'콜 몰아주기' 존재"…회사 "목적지 미표시, 시민 편의성만 저해할 것"

전문가 "정부·지자체가 왜곡된 시장구조 만들어 놓고 장거리 선호 택시업체만 비난?"

서울역 앞 택시 승차 장소ⓒ데일리안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유독 카카오콜 택시가 안 잡힌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카카오택시 어플에서 승객의 목적지를 확인하면서 생기는 승차 거부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대다수 택시기사들은 수익을 위해 장거리 호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서울시가 '승객 골라태우기'와 '콜 몰아주기'가 존재하고 있다고 공표한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승객을 골라태운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무조건적인 목적지 미표시 방식 시행은 시민들의 편의성만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왜곡된 시장구조를 만들어 놓고 장거리 선호 택시업체만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사는 김모(26)씨는 여의도에 있는 직장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약 10분 정도가 걸린다. 김씨는 "집에서 회사까지 5000원~6000원의 택시 비용이 드는 짧은 거리라서 그런지 출·퇴근 시간대에는 카카오콜로 택시를 거의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가끔 출근 시간대의 지옥철이 타기 싫어서 택시를 이용하는데 택시가 너무 안 잡혀서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이어 "기사님들께서 출퇴근 피크타임에 멀리 가는 손님을 받고 싶어 하시는 것도 이해하지만 제가 이용하고 싶은 시간대에 반강제적으로 이용을 못 하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이모(27)씨는 "지하철역까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애매한 장소에 살아서 출근 시간대에 급하면 택시를 타는데 단 한 번도 카카오콜로는 성공한 적이 없다"며 "1000원 더 추가하는 카카오블루 옵션으로 부르거나 카카오콜로 위치를 멀리 지정하고 택시를 탄 후에 위치를 변경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5000원도 안 나오는 거리라고 기사들이 카카오콜 수락을 안 하는 것이 너무 티가 나서 솔직히 기분 나쁘다"며 "예전에는 짧은 거리 못 간다고 승차거부하더니 이제는 어플로 손님을 가리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경기 화성시에 살고 있는 이모(32)씨는 "저희 동네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목적지는 아예 카카오콜로 택시가 안 잡힌다. 안산시 정도는 가야 콜이 바로 잡힌다"며 "카카오콜 사용보다 직접 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어 "외곽이라서 택시가 많이 안 다니는 이유도 있겠지만 카카오콜 어플에서 위치가 보이니까 일부러 수락을 안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마포구 연남동에 사는 박모(29)씨는 "음식점 영업마감 시간에 택시를 부르면 유독 안 잡힌다"며 "지난 주말 카카오콜로 합정역에서 집까지 호출했는데 15분 동안 기다려도 안와서 빈 택시를 잡아서 타야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택시기사들은 출퇴근 시간대는 장거리로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으로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8년 차 택시기사 임모씨는 "단거리 손님을 태우면 큰 이익이 안 나고 번거롭기만 하다고 안 잡는 기사들이 솔직히 많다"며 "한번의 장거리 손님이 단거리 손님을 여러번 태우는 것보다 비용 대비 훨씬 낫고 편하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개인택시기사 김모(63)씨는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콜 목적지를 확인할 때 택시가 출발하는 장소에서 손님이 있는 장소까지 가는 시간이 7분 이상 걸리면 꺼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저희도 돈을 벌고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입장이다"며 "시간을 투자해서 태웠는데 짧은 거리를 간다고 하면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모(51) 기사는 "가맹택시가 아침시간대 콜을 죄다 가져간다는 말은 사실이다"며 "개인택시는 들어오는 콜이 없어서 손님을 못 잡고 있는 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장거리 단거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카카오택시 일반가입 택시와 가맹택시 간 차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 김모(60대)씨는 "법인 택시기사는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이유 때문일 수 있다"며 "아무래도 몇 번의 짧은 거리 운행보다 장거리가 비용 측면에서 많이 벌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택시에 승차하는 시민ⓒ데일리안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해 10~11월 카카오택시 운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택시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에 장거리 승객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태우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거리와 시간대별 배차 성공률이 주말(88.1%)·아침(79.0%)·저녁(83.2%)인 반면 평일(63.3%)·밤 시간대(58.6%)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호출 성공률이 장거리(81.8%)보다 단거리(66.4%)로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택시업계가 지적해온 콜 몰아주기도 일부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중 약 39%는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배차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카카오택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카오택시 어플을 가입한 일반택시(개인법인)의 경우 카카오택시에서 보내는 콜을 자율적으로 수락하면서 배차가 되는 경우다. 반면, 카카오택시의 가맹택시는 카카오택시 측에서 콜을 자동으로 배차하는 방식이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16.7%로 낮았으나,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86%로 높았다.


시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우선 올해 초 카카오택시 측에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심이 해소될 수 있도록 승객이 일반호출을 했을 때 우선 일반택시가 호출 받을 수 있는 5분 내외의 충분한 시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 콜을 주는 방식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가 목적지에 따라 승객을 골라 태운다는 서울시의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T 플랫폼은 장거리, 단거리 콜을 가려서 기사에게 전달하거나 장거리 콜 손님을 우선적으로 매칭하지 않으며, 승객을 골라 태우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목적지 미표시 방식을 무조건 시행하면 정작 택시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피크타임에 목적지를 알 수 없는 호출을 받게 되고 앱, 전화 호출 자체를 외면해 시민 편의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사는 특히 "아침 오전 7시∼9시, 오후 5시 30분∼7시 30분, 밤 9시∼10시 30분은 택시기사들의 근무가 끝나는 시간대"라며 "조사가 이뤄진 시간대와 시기가 통계를 왜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선호 시간대에 일어나는 '수요공급 불일치'가 택시를 잡기 어려운 현상의 본질인 만큼 목적지 표기를 없앤다고 기사가 호출을 수락할 유인이 올라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왜곡된 시장구조를 만들어 놓으며 어쩔 수 없이 택시업체가 단거리보다 장거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태를 만들어 놓았다"며 "수익을 무조건 내야하는 구조로 설정 해놓고 장거리 콜을 선호한다는 현상에 대해 비난하는게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콜이 왔을 때 목적지를 숨기겠다는 방안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목적지 거부에도 여러 사유가 발생하고 택시기사 역시 상품 판매자로 이윤을 계산해야 하는데, 목적지 미표시는 기본적인 이익 창출 구조도 없애는 일방적인 방안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서울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수익적인 부분에서 장거리가 낫다는 의견과 카카오 플랫폼 같은 경우 목적지 표시가 되다 보니 골라서 태우게 되는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섞였다"며 "여기에 승차난의 주요 원인은 공급문제에도 있는데 특정 주요 장소에만 택시쏠림이 있는 현상 등의 문제가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재 택시플랫폼을 통해 택시를 이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랫폼상의 목적지 표시를 우선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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