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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돈줄' 죄는 미국…우크라 '목줄' 죄는 러시아


입력 2022.02.24 11:49 수정 2022.02.24 11:5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美, 러 국영 가스기업 제재

러, 돈바스 침공 초읽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국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며 '굴복'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연이은 제재 도입으로 러시아 돈줄 죄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러시아에 '단계적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3일(현지시각)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에 대한 제재를 추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노르트 스트림-2 AG(이하 AG)'와 해당 기업 임원들에 대한 제재를 지시했다"며 "이 조치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행동에 대응한 초기 조치의 일부"라고 말했다.


스위스 소재 기업인 AG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 건설을 주관했다. 가즈프롬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AG에 대한 제재는 결국 가즈프롬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약 110억 달러(약 13조원 상당)가 투입된 해당 가스관 건설에는 가즈프롬과 유럽 기업들이 절반씩 비용을 댔지만 소유권은 가즈프롬이 가지고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5월 노르트 스트림-2 건설 관련 러시아 선박 및 기업 등을 제재하면서도 핵심인 AG에 대한 제재는 면제했다.


당시 국가 안보를 면제 이유로 들긴 했지만, 동맹 강화를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가스관 운용을 고집해온 독일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독일의 제재 동참을 강하게 설득했고, 독일이 참여 의사를 밝히자 AG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계속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우리는 추가 조치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제재 부과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경제·기술 압박 카드로 러시아의 외교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달리프 싱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미 CNN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에 투입되는 모든 기술을 거부할 수 있는 수출 통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며 "우린 언제든지 그것을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핵심 사항은 러시아의 경제 성장을 담보할 것인지, 미래를 위해 그가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지"라며 "우리는 러시아 군대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직접적인 서방의 기술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러시아는 미국 제재 카드에 아랑곳 않고 병력 집결 상태를 유지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교적 접근 여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안보 문제에 있어서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모양새다.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배치된 약 19만명의 러시아군 대부분이 침공 개시에 필요한 위치로 이동했다며 "그들은 진격 명령을 받으면 지금 진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접경지역에 병력과 무기를 증강하고 있는 만큼 맞대응 차원의 병력배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접경에서 군사력을 지속 증강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게 군사적 측면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권은 무력으로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특히 돈바스 지역을 일부 장악하고 있는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러시아에 파병을 요청해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반군 세력이 "우크라이나군의 침략 격퇴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스스로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으로 일컫는 반군 세력에 '독립국' 지위를 부여한 뒤 우호·상호 원조 조약을 맺고 '평화 유지' 목적의 파병을 명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독립국' 요청에 따른 병력 파병으로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주둔을 본격화할 경우 미러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오늘 밤 안에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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