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파견 상황 알려지자, 즉각 회의 소집
국민 안전·경제 미칠 영향 적잖다는 판단한 듯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함께 주재해 대응 점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한 건 국제사회의 혼란이 가중되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대응을 점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2개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파견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NSC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이 NSC 회의를 직접 주재한 건 이번이 취임 후 12번째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직전 NSC 회의는 지난 1월 30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와 관련해서였다.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주재는 지난 14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며, NSC와 통합해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는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연석회의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무력충돌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정치·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문제가 조속히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이러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사태가 급박하게 전개됨에 따라 이제는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거주 교민들의 보호와 철수에 만전을 기하고, 관련국들과도 긴밀히 협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의 교역 등 경제 관계는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취하게 되면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원자재 등 공급망 차질 또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 등이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리 경제가 불의의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현재 가장 중요한, 재외국민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 정세 및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범정부적으로 계속 면밀하게 점검하고, 즉각적인 대응태세를 갖추기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일일점검 체계 가동 등 유관부처의 대책을 보고받은 뒤 "외교·안보부처와 경제부처, 국정원, 청와대가 협력해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국민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라"며 "국민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도록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업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영향을 잘 분석해서 정보를 제공하라"고도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외교부 등 유관부처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과 긴밀히 소통, 협의하며 가용한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문 대통령에 보고했다. 외교부는 △교민 대상 신속한 안전 공지 △대피·철수계획의 철저하고 차질 없는 시행 △안전한 출국을 위한 인접국과의 긴밀한 공조 등 63명으로 파악된 현지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금융시장 안정과 에너지·공급망, 수출·현지기업 지원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현재 가동 중인 우크라이나 비상TF를 중심으로 △수출 △에너지·자원 △공급망 △곡물 등 부문별로 일일점검체계를 가동하여 한층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고승범 금융위원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최종문 외교부 2차관, 박선원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유연상 경호처장, 박원주 경제수석,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남영숙 경제보좌관, 박경미 대변인, 이상학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