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5단지, 7년 만에 서울시 심의 통과
여의도·압구정 신통기획도 고삐
이르면 3월 재초환 부담금 '폭탄' 예고
"사실상 자금력 갖춘 조합만 재건축 가능"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7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면서 서울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 단지들이 재건축 정상화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 들어 강남권에서는 처음으로 수억원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예고되면서 첫 삽을 뜨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서울시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일원 잠실5단지 재건축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됐다. 정비계획안은 가구수와 용적률, 층수 등 재건축 추진을 위한 밑그림으로 통과시 사업승인 및 건축계획 확정 등 본격적인 사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시에 따르면 잠실5단지는 기존 3930가구에서 6815가구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공공주택 611가구도 포함된다. 잠실역 역세권에 걸쳐 있는 용지는 업무·상업·문화 기능 강화를 위해 용도지역을 상향(제3종일반주거→준주거)해 최고 50층까지 건립이 가능해진다.
이번 심의 결과에 따라 조합은 사업에 속도를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곳에 이어 여의도, 압구정 일대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의 사업도 정상화하겠단 방침이다.
그간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를 명분으로 규정하던 35층 층고제한 기준이 완화 적용된 데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활성화에 고삐를 당기면서 타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소식에도 재건축 조합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단 입장이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초환은 최초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일부터 준공인가일까지의 사업 기간 상승한 주택가격에 평균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용을 제하고 나머지 초과이익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10~50%까지 세금으로 환수한다.
서초구 일원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구 반포현대)이 강남권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곳은 기존 80가구, 1개동을 108가구 규모로 재건축해 지난해 7월 말께 입주를 시작했다. 지난 2018년 사업시행인가 시점에 조합이 통보받은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은 1억3569만원 수준이었으나 업계에선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현재 3억원 규모로 늘었을 거로 내다본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쌍용1차의 부담금 예정액은 3억원, 도곡개포한신은 4억4800만원, 서초구 반포3주구는 4억원, 방배삼익 2억7500만원 등이 각각 통보된 상태다. 준공 후 실제 납부해야 할 재초환 부담금은 이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경룡 재건축조합연대 간사는 "재건축은 헌 집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새집으로 옮겨가는 것인데 집을 팔지도 않은 상태에서 실현되지 않은 숫자상 이익이 발생했다고 세금을 거두겠다는 건 모순"이라며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까지 감수하며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준공 후 또 재초환 부담금까지 내라는 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잠실5단지를 비롯해 여의도, 압구정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재초환 규제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실제 사업 추진 요건을 갖추더라도 주저하는 단지들이 늘어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안전진단 등의 장애요소는 사소한 것으로 만들 만큼 강력한 규제"라며 "재초환이 적용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크게 증가해 실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조합들만 사업을 진행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초환을 적용받는 초과이익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재건축 추진 시 공사비를 높여 고급화를 취하는 단지들도 늘어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재건축 이후 지역별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정비사업을 억제해 아파트값을 낮추겠다는 재초환의 본래 취지도 무색해지게 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