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경기지사 불출마 선언…안민석-김은혜 구도 형성
靑 박수현·이철희·박경미도 문대통령 임기 끝까지 보좌
서울·부산 등 현 시장 재도전…대구 '홍준표 등판설'로 요동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시선이 대선 두 달여 뒤에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에도 자연스럽게 쏠리고 있다. 17개 광역 시·도 지사 자리는 정치인으로서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여야 정치인의 물밑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됐던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 일명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들'이 불출마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의 새판짜기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그간 경기지사 선거에 강력한 출마 의지를 피력해 온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까지 저의 소임을 다하겠다"며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오미크론 대응 학교 방역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한 뒤 자신의 거취에 대해 "온전한 학교의 일상회복을 위해 교육부 장관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의 이 같은 결정은 오미크론 확산 속 교육 현장을 관리해야 하는 주무 부처 장관의 역할이 엄중하다는 의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현재의 이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학교를 지키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판단했다"고 불출마 배경을 밝혔다.
역시 경기지사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대선까지는 (장관직에) 매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이 선거 90일 전인 내달 3일인 만큼, 전 장관이 사실상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경기지사 후보군에 조정식·안민석·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염태영 수원시장은 최근 지사직 출사표를 던졌다. 한때 경기지사는 '잠룡들의 무덤'으로 불려왔지만 '이재명 사례'로 징크스가 깨지면서 위상이 수직 상승한 만큼, 여야 각 후보군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사직 탈환을 노리는 야당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심재철·정병국·함진규 전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기지사 후보 지지도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일보·인천일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4~5일 경기도 거주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안민석 민주당 의원(14.4%)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12.1%) △유은혜 부총리(9.5%) △염태영 수원시장(6.9%) △심재철 전 국민의힘 의원(5.3%) △김태년 민주당 의원(5.3%) △정병국 전 국민의힘 의원(3.5%) △이석현 전 민주당 의원(3.3%) △함진규 전 국민의힘 의원(1.6%) 순으로 지지율이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부처에서도 출마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해 말 출입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장관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출마 만류 분위기에 여권의 강원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일찌감치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과 이철희 정무수석, 박경미 대변인은 여당 내에서 각각 충남도지사와 서울시장, 서울시교육감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지만 문 대통령과 임기를 끝까지 함께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세 사람 모두 최근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청와대 비서관들도 출마 의지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직자 사퇴 시한이 아직 남아 있어 청와대와 부처에서 출마자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한편, 현재 물밑 경쟁이 치열하거나 거물급의 등판설로 주목되는 지역은 서울, 부산, 대구, 울산, 경남 등이다. 먼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이미 재선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나경원·윤희숙·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등이 함께 거론된다.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등이 거론된다.
부산시장 후보군으로는 민주당에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최인호·전재수 민주당 의원, 김해영 전 의원 등이 꼽히고 국민의힘에서는 박형준 시장의 재선 도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서병수 의원과 김세연 전 의원 등도 야당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보수세가 강한 대구는 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시장이 3선 도전을 공식화 한 상황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등판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에서는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임대윤 전 최고위원, 서재헌 민주당 대구 동구갑지역위원장 등이 출사표를 냈거나 후보군으로 꼽힌다.
경남지사 선거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지사의 빈자리를 놓고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민홍철 의원과 김정호 의원이 거론되는 가운데 김두관 의원 차출설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완수·윤한홍·윤영석·김태호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