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불안정 혼란 보다 6000원 책정이 나아…병원진료비와 비슷한 가격대, 크게 부담 안 돼"
매일 업무적인 이유로 자주 검사 받아야 하는 시민들 "사비로 사기 솔직히 부담스러운 가격"
약사들 "약사들의 고생·추가업무에 비해선 낮은 가격"…품귀현상 여전해 1시간 만에 다 팔려
약국 "물량 제때 안들어 오기도 하지만…여러 약국 돌아다니며 사재기 하는 중복구매가 문제"
약국과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개당 가격이 6000원으로 책정되자, 시민들은 "가격이 크게 비싸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품귀현상이 여전해 아직도 사고 싶을 때 살 수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약사들은 중복구매가 허용돼 사재기가 여전히 횡행하는 것이 품귀현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오모(30)씨는 "가격의 불안정으로 오는 혼란을 생각하면 6000원으로 책정된 편이 나은 것 같다"며 "가격이 불안정하면 처음부터 비싸게 판매하는 곳들이 생기고 평균 판매가격도 높게 책정될텐데 미리 국가에서 가격 책정을 해놓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오씨는 "한 사람당 키트를 구매하는데 약국 당 5개가 아니라 공적 마스크처럼 요일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좋겠다"며 "어머니께서 지병이 있으신데 코로나 초반에 손소독제와 마스크 등을 구하기 힘들었던 것을 기억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덧붙였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윤모(27)씨는 "키트를 사러 강남, 강북 여러방면으로 다녀봤는데 약국마다 가격편차도 꽤 있었다"며 "강남 지역은 땅값이 비싸서인지 8000원에 판매하는 약국들도 있었고, 7000원에 판매하는 곳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연구 비용이나 약사분들의 업무노동 등을 따졌을 때 구매자에게 6000원이면 나쁜 가격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키트 하나의 가격이 병원 진료비랑 비슷한 가격대라서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며 "키트 구매가 부담되는 가정들에게 국가가 무상배포 방안을 마련해 준다면 일반인들에게는 비싼 가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매일 업무적인 이유로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의 시민들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광화문에서 만난 이모(28)씨는 "마스크만큼은 아니지만 키트도 방역을 위해서 필수품이 되가고 있는데 매일 사용하거나 수시로 검사를 해보기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가격이다"며 "하지만 지금은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비싸도 6000원에도 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직장인 장모(29)씨는 "선별진료소 검사가 공짜인 것은 알고 있지만 긴 줄과 시간 소모를 생각하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약국 밖에 답이 없다"며 "회사에서 확진자도 많이 나오고 회사는 알아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데 사비로 키트를 계속 사는 것이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대다수 약사들은 6000원으로 책정된 가격이 낮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약사는 "8000원~1만원 수준으로 판매되던 키트 가격이 정부지침으로 6000원까지 낮아졌다"며 "15일부터 약국마다 들어오는 키트가 50개로 한정됐는데 솔직히 이윤을 위한 판매도 아니고, 저희같이 개인 약국은 1팩에 25개가 들어간 키트를 약사가 일일히 소분해야하는 추가업무만 늘어 결코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서초구에 있는 한 약국의 약사도 "공적 마스크 때 약사들이 너무 고생한데 비해 받은 혜택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이번에도 자가검사키트 품절 대란이 와서 정부 지침이 공적검사키트로 바뀌게 된다면 솔직히 더 이상의 봉사는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약사는 "마스크 대란 당시에도 엄연히 공적 판매인데 면세를 안해주고 과세를 해서 세금폭탄만 맞고, 매일마다 문의하는 시민들에게 시달리고 건강만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비싸고 싸고를 떠나 이런 자가검사키트를 구입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데 있다. 특히 정부가 오는 17일부터 재고 물량을 포함한 자가검사키트 온라인판매를 금지하고 약국·편의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품귀현상은 가중되고 있다.
종로구에서 회사를 다니는 정모(38)씨는 "점심시간에 자가검사키트를 사려고 약국을 돌아다녔는데 이미 다 매진이다"며 "온라인 구매도 앞으로 금지한다고 들었는데 회사원들은 약국가서 구매하기도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회사원 김모(30)씨는 "약국과 편의점에 재고가 남아있다는 문구를 본 적이 없다"며 "항상 퇴근 후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발 빠르게 싹쓸이 해가서 살 수조차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종로구에 있는 한 약국의 관계자는 "오전 10시에 들어온 키트가 1시간만에 다 팔렸다"며 "다음 키트는 저희도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키트를 받는 수량이 약국마다 차이도 날 것이다"며 "정부가 마스크 대란 때처럼 전체적으로 배급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아직 확실한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른 약국의 A약사는 "현재 약국마다 납품되는 키트 개수도 크게 여유가 있지는 않다"며 "발주 신청을 해도 못 받는 상황인데 자가검사키트를 원하시는 분들은 매일 매일 넘쳐난다"고 전했다.
서초구에 있는 한 약국의 B약사는 "보통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약국으로 납품되는데 판매 준비가 되자마자 시민들이 바로 구매하러 온다"며 "오늘은 오전 11시 반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1시간도 안 돼 다 팔렸다"고 말했다. B약사는 "이 근처에 회사가 많다보니 회사 지시로 검사하기 위해 구매하는 직원들이나 회사 내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급하게 자가진단키트를 사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B약사는 특히 "물량이 주문하는 즉시 제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약사 재량에 따라 이것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그러나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복구매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부터 1인당 5개 구매로 제한이 생겼지만 다른 약국에서 또 구매해도 기록이 남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말해 중복구매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품귀현상이 계속 반복된다. 사실 5개가 동시에 필요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분위기상 미리 사두려고 오시는 분들이 훨씬 많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