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로 안정적 수익 극대화
꾸준한 신품종 개발로 단점 극복
다양한 색상으로 취향 저격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접목선인장은 선인장 고유의 투박함과 단조로움을 벗어던진 ‘패셔니스타’다. 선인장계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한다. 처음 접목선인장은 일본에서 개발됐는데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색깔과 재배기술이 정착했다. 매년 농가 수익도 증가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등 효자품목으로 떠올랐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 30여개국에 달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등에서도 우리나라 접목선인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다양한 접목선인장 품종 개발로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박필만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농업연구관은 “접목선인장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선인장다육식물연구소를 중심으로 품종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 두 기관에서 200품종 이상을 개발했다. 꾸준히 신품종 개발로 기존 품종의 단점을 보완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시장서 일찌감치 일본 추월한 접목선인장
접목선인장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품종으로 원래 일본에서 발견된 돌연변이 종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선인장 농장주 와타나베(渡邊英次)씨가 돌연변이인 붉은색 둥근 선인장을 발견해 ‘비모란’이라고 명명한 것이 시초다.
비모란은 아름다운 붉은 구색을 가졌지만 광합성을 할 수 없어 접목을 해야 키울 수 있었기에 ‘접목선인장’ 기술이 탄생한 것이다. 비모란이란 한자의 붉을 비(緋)와 원종인 모란옥 선인장의 한자 ‘모란옥(牡丹玉)’의 합성어에서 유래됐다.
접목선인장 태동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네덜란드 등으로 수출이 시작됐다. 1980년대까지 해외에 수출이 이어졌는데 국내에서는 1980년대 시범수출을 시작으로 1990년대는 일본을 밀어내고 본격적으로 수출시장을 석권했다.
박 연구관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산업이 이전된 이유는 일본 선인장 가격상승과 국내 저임금이 주요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국내 생산량과 재배농가가 늘어나면서 당시 원예연구소에서 1986년부터 육종을 시작했고, 1995년 선인장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육종과 재배기술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도입 초기에는 일본 품종과 개인 육종가에 의해 개발된 품종으로 재배가 됐다. 그러나 정부기관에서 체계적인 육종과 저렴한 종묘공급이 시작되면서 농가 생산이 원활해졌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접목선인장 종류는 10여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수출용 접목선인장 재배가 보편화 돼 있다. 수출용 선인장에는 비모란, 산취, 소정 등이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비모란이 90% 이상으로 비중이 높아졌다. 농진청은 산취와 소정 등 비중이 급격히 낮아져 재배가 용이한 수출용 품종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비모란이나 산취 유색 품종의 경우 세대가 진전되면서 퇴색이나 노화가 진행돼 접목활착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품질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품종갱신 방법이 필요하지만 품종갱신 방법은 아직까지는 개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신품종 개발로 이런 문제점에 대처하고 있다.
박 연구관은 “품종이 가지는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접목생존율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종 선택이 중요하다”며 “가급적이면 비모란이나 산취 등 신품종 위주로 품종을 구입해 모수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색상은 빨강,노랑, 분홍, 주황색, 황적색, 흑색 등이 있는데 색상의 변색이 적은 것이 좋은 품종”이라고 소개했다.
◆정식・수확・노동력 ‘세토끼’ 잡은 생력트레이 재배기술
접목선인장 강국 답게 품종개발과 더불어 재배기술도 독보적이다. 여러가지 재배기술 가운데 ‘생력트레이’는 정식・수확・노동력 세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접목선인장 재배는 연작에 의한 피해가 크고 노동력 투입이 많아 고령화된 농가에서는 생산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접목선인장 연작장해 해결을 위해 차단제 사용, 유기염소수 살균, 상토량 조절, 암거배수시설 설치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플러그트레이를 지표면에 정치하는 방식으로 재배한 결과 정식 노력 절감과 함께 병해 발생이 경감되는 효과를 발견했다. 이로 인해 정식 및 재배 관리 노력을 절감할 수 있고 연작장해로 인해 발생하는 후사리움(Fusarium)균 감염 에 의한 지하부 줄기썩음병 발생을 억제하는 접목선인장 전용 생력트레이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생력트레이는 중형규격(대목 9cm)과 대형규격(대목 14cm) 수출선인장을 식재해 지지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2005년 경기도농업기술원 선인장연구소에서 개발해 현재까지 대부분 접목선인장 재배농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생력트레이는 정식, 수확, 조제, 상토 조제 및 교체 노력절 감 효과가 매우 크다. 토경재배와 수경재배에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연작에 의한 지하부 줄기썩음병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 생산성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생력트레이 재배 시 10a당 정식 노동력은 146.8시간으로 관행재배 199.6 시간에 비해 26.5%가 절감된다. 수확 노동력은 관행재배와 비교할 때 생력트레이 재배 시 큰 차이가 없지만, 수확 후 조제노동력은 관행재배에 비해 생력트레이를 이용한 수경재배와 토경재배 시 62.2%와 20.2%가 각각 줄었다.
또 상토 조제 및 교체노동력은 관행적인 재배방법에서 240시간이 소요됐지만 생력트레이를 이용한 토경재배는 120시간으로 관행재배에 비해 50%가 낮아졌다. 특히 생력트레이 수경재배는 상토가 필요하지 않고 자동관수가 가능해 별도 노동시간이 투입되지 않는다.
박 연구관은 “생력트레이 특징 가운데 하나가 줄기썩음병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이라며 “줄기썩음병이 적게 발생하는 이유는 생력트레이를 이용한 재배 시 접목선인장 대목이 생력트레이에 의해 지지돼 지표면보다 높게 위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후사리움균이 대목에 침투할 수 없는 상태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농진청의 독자품종 개발…접목선인장 강국 키웠다
접목선인장은 일본에서 처음 시작돼 수출 역시 일본이 주도했다. 이런 접목선인장 수출 시장을 어떻게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농진청의 꾸준한 독자품종 개발은 현재까지 접목선인장 수출 강국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1970년에 접목선인장이 도입됐다. 1980년대부터 인건비 상승 등 어려움이 겹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선인장 강국으로 성장했다. 저렴한 인건비 대비 높은 기술과 1980년부터 시작된 농진청 중심 독자품종 개발이 맞물리면서 현재까지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로열티로부터 자유를 얻은 것이 큰 소득이다. 1970년도에 시작된 이후 1987년 당시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연구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국산 품종 확보에 나섰다. 1993년 붉은색 계열의 홍일, 홍조 등 4품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보홍, 연빛, 아황 등 나라별로 선호하는 다양한 색상의 122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했다.
화훼농가가 많았던 경기도에서도 1995년 도농업기술원 산하에 선인장연구소(현 선인장다육식물연구소)를설립해 품종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년 이상 꾸준히 수출될 뿐 아니라 세계접목선인장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는 색이 다양하고 잘 자라는(증식력)등 국내외에서 요구하는 특성을 갖춘 8품종이 공개됐다. 원교G1-327, 원교G1-330 계통은 진한 분홍색으로 증식력이 우수하다. 중앙 부위까지 자구(어린 선인장)가 생성되며 강한 빛에도오랫동안 색을 유지한다.
원교G1-328, 원교G1-331 계통은 진한 붉은색으로 균형미가 우수하다. 밝은 형광의 느낌을 주며 증식력이 우수해 수출 주력품종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원교G1-329, 원교G1-332 계통은 주황색으로 색이 선명하며 조직이 비교적 단단해 수송성이 우수하다. 유럽에서 좋아하는 색상으로 네덜란드 등 현지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밖에 원교G1-333, 원교G1-334 계통은 노란색이다. 원교G1-333은 자구에 약간 녹색이 더해져 특이한 느낌을 준다. 올록볼록한 능마다 2개 이상 자구가 생성돼 증식력이 매우 우수하다. 원교G1-334 계통은 밝은 노란색을 띠며 조직이 단단해 수송성이우수하다.
박 연구관은 “접목선인장은 1990년대부터 100% 국산품종으로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며 “주요 수출국은 미국,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 세계 30여국이다. 1990년 62만4000달러 수출액을 시작으로 2014년 454만4000달러, 지난해 489만2000달러로 매년 사상최대 수출성과를 갱신 중”이라고 밝혔다.
▲2월 24일 [新농사직썰㉖]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