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거래일 만에 2700선 하회
“방어적 관점...고밸류 종목 피해야”
유가 급등 해소시 아시아시장 효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전쟁 리스크가 주식시장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이보다는 인플레이션과 긴축 강화라는 본질적인 리스크,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시장 흐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전 11시 23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53.64p(1.99%) 하락한 2694.07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지난달 28일 이후 8거래일 만에 다시 2700선을 밑돌고 있다. 코로나19와 물가,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에 동시에 직면하면서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7.5%를 기록했다. 이는 1982년 2월(7.6%) 이후 40년 만에 가장 큰 폭 오른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면서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50bp(0.5%p) 올리는 ‘빅 스텝’ 가능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처럼 전면전으로 확산될지는 불투명하지만 자칫 장기화될 경우 물가 압력이 통제권을 벗어날 여지가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한 3대 전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당사가 경기와 금융시장 흐름과 관련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용스프레드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행히 심각한 위기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를 모니터링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쟁 리스크는 일시적인 것으로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미국 증시 등의 급락은 전쟁 자체의 악재가 아닌, 전쟁이 야기하는 인플레이션과 긴축 강화 가능성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다. 주식시장이 계속해서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IT와 금융 등 비용 통제가 가능하고 수익성이 높은 종목이 돋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대응은 계속해서 방어적 관점을 유지해야 하고, 당분간 물가와 금리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거나 이익 가시성이 없는 업종은 피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그 빈자리는 비용을 잘 통제하면서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업종으로 채우는 게 3월까지의 시장 전략에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급등이 자산시장에 미칠 여파에도 주목된다.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서구권이 러시아에 각종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최악의 경우 유가는 추가적으로 70~80달러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경우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될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가가 2배 이상 오른 이후 미국 경기침체 위험은 높아졌는데, 반대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소되면 아시아 자산 및 증시는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며 “지금은 방향성보다 지키는 전략이 중요해 영업이익률이 지켜낼 수 있는 성장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반도체·금융, 올해 실적 반전 기대가 유효한 호텔레저 등 리오프닝 관련주가 유망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