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첫 ‘4조클럽’, 하나, 3조 돌파
금리 상승, 대출증대로 이자이익↑
오는 3월 자영업자 지원책 종료 변수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가 금리인상기와 가계대출 증가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KB와 신한금융은 ‘4조 클럽’에 입성했으며, 하나금융은 처음으로 순익 3조원을 돌파했다. 우리금융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3월로 예정된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대출 부실은 금융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3월에는 대통령선거도 앞두고 있어 금융 정책 압박도 예상된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역대급 실적, 배당성향 코로나 이전 회복
10일 하나금융을 끝으로 4대 금융지주의 실적 발표가 완료됐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14조54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11조278억원) 대비 약 32%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린 가운데, ‘영끌’, ‘빚투’로 대출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여기에 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서 전체 금융지주 호실적을 견인했다.
‘리딩뱅크’ KB금융은 지난해 4조40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순익 4조원 시대를 열었다. KB금융은 희망퇴직 및 대손충당금 등 5260억원의 추가 비용에도 저금리 기조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순익이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대비 33% 이상 늘었다.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순익이 전년 대비 17% 늘어난 4조193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날 우리금융도 2조588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98%가 급증했다.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 대비 충당금을 적립한 2020년 기저효과에 수익성 개선으로 순이익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나금융도 은행•비은행 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순익 3조5261억원을 시현, 3조 클럽에 입성했다.
4대 금융의 이자이익과 자산도 대폭 늘어났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총 자산은 888조2000억원으로 1년 새 6.2% 증가했다. KB와 우리금융의 총 자산도 13%가량 불었다. 우리금융과 KB금융의 이자이익은 같은기간 각각 16.5% 15.5% 늘었다. 이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4대금융은 배당성향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5~26% 안팎으로 결정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배당성향을 26.0%로 결정하고, 주당배당금은 전년대비 약 66% 증가한 2940원으로 정했다. 서영호 KB금융 재무총괄(CFO) 전무는 지난 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로나19로 제한돼 온 배당성향을 신속히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한금융 25.2%(보통주), 우리금융 25.3%, 하나금융 %로 배당 성향을 의결했다.
◆ 자영업 대출 부실화 “충당금 더 쌓아라”
금융그룹의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미국이 3월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올해 최소 2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다. 은행권은 오는 3월 자영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해당 지원이 종료되면 현재는 ‘정상’으로 분류되는 대출이 대거 부실채권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 따르면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액은 260조원에 달한다. 이 중 5대은행이 만기를 미룬 대출원리금은 139조4494억원이다. 여기에 부실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다중채무자들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부실자산 처리가 은행권의 ‘뇌관’으로 따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당국은 이에 지난해 4분기부터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하게 요구해오고 있다. 충당금이란 위기 상황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순이익 일부를 별도로 떼어놓는 자금을 말한다.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순이익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4대금융의 지난해 9월말 기준 대손충당금 규모는 5조715억원으로 2020년 말(5조4005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만큼 자영업 대출 부실에 대응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을 늘리라는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
다만 금융사들은 충당금을 이미 충분히 쌓았다는 입장이다. 이태경 신한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모두 14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놓았는데, 상환유예가 종료되더라도 이미 적립한 충당금으로 차주 부실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LG카드 사태 당시 카드론 대출을 해준 은행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사례가 있다”며 “대출 부실 규모는 현재로썬 정확히 가늠할 수 없고,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지면 은행권의 건전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