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게 있어'는 이승과 저승, 전생과 환생 등의 세계관을 구현해 끊어지지 않는 인연을 이야기 한다. 붉은 실로 남녀의 사랑을 이어주는 월하노인의 전설을 빌려왔지만 남녀 간의 관계만을 말하진 않는다. 사후 세계라는 판타지와 로맨스를 적절히 배합해 삶의 본질까지 꿰뚫어 본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한 여자를 따라다니며 '1초만 좋아해줘'라고 구애하는 남성이 있다. 계속 거절만 당하다 결국 여자의 마음을 얻게 됐지만, 프러포즈 하기 직전 번개를 맞고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이 남성은 환생을 하기 위해 붉은 실로 커플 매칭을 하는 월하노인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승에서 사랑했던 여자의 피앙세도 지정해야 한다.
남성의 이름은 샤오룬(가진동 분), 여성은 샤오미(송운화 분)다. 그리고 샤오룬은 저승에서 월하노인 업무 파트너가 된 핑키(왕정 분)와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서로의 아픔을 보기 시작하며 남녀의 큐피트 업무를 착실히 수행해 간다. 하지만 샤오미에게는 월하노인들의 붉은 실이 통하지 않는다. 묶자마자 풀려버린다. 샤오룬은 그런 샤오미의 변하지 않는 사랑에 의기양양하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바라보는 핑키의 심기는 날로 불편해진다.
이렇게 평화롭게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그저그런 판타지 멜로겠지만, 위기는 수천년간 이어져온 악연으로 인해 발생한다. 과거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원망을 결국 용서하지 못한 악귀 귀두성은 환생한 동료들을 찾아가 목을 베어버린다. 그리고 다음의 칼 끝은 샤오미에게 향해있다.
메가폰을 잡은 구파도 감독이 '신과 함께'를 보고 이 영화를 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힌만큼 사후 세계를 꾸며낸 모양새나 염라대왕, 저승에 등장하는 신, 그리고 환생으로 이어지는 사람의 인연들의 세계관들이 많이 닮아있다. 판타지는 감독이 구현한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편리하게 설득할 수 있는 장치다. 곳곳에 개연성이 부족한 세계관이더라도 계속 몰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구파도 감독이 감정을 바라보고 다루는 방식 때문이다.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 사랑이라는 뻔한 이야기같지만, 이 안에는 공감과 눈물을 쏙 빼놓는 반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만년'이라는 억겁의 시간 동안 사랑은 변하지 않고, 원망은 더 커지지만, 영원을 말하기보단 분명히 끝을 내고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것도 구태의연하지 않다.
이 작품은 구파도 감독이 20년전 썼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각색과정에서 구파도 감독은 14년 동안 함께 살다 세상을 떠난 강아지를 생각하며 썼다고 밝혔다. 극중 샤오미와 샤오룬이 키우는 늙은 강아지 아루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엔딩크레딧에는 배우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거나, 소개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24일 개봉해 3주 연속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개봉작 중 전체 4위, 대만 자국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15위에 진입했다. 또한 중국어권 영화제로서 가장 유명한 대만 영화제 금마장에서 작품색, 각색상 등을 포함해 총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시각효과상, 분장 의상 디자인상, 음향효과상 3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구파도 감독과 가진동, '나의 소녀시대'의 송운화가 뭉친 드림팀의 활약과 삶과 죽음, 사랑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유쾌하고 빠른 템포로 다루고 있어,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다. 러닝타임 128분. 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