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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울린 물적분할…당국 규제 칼 뽑는다


입력 2022.02.03 05:00 수정 2022.01.29 09:33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LG엔솔 파장에 개인투자자 불만 고조

손병두 이사장 "주주의견 반영하겠다"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전광판에 시초가 59만7000원이 적혀있다. ⓒ류영주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보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물적 분할 후 '쪼개기' 상장할 때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의견을 반영했는지를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최근 물적분할하는 신설 회사를 상장하는 기업이 늘면서 모회사 소액주주 불만이 커지자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를 심사조항에 포함하는 등 투자자 보호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물적분할은 기업이 특정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것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 및 전략적투자자(SI) 유치와 신사업 육성이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알짜배기 사업 분사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내리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 대상으로 지목된 상황이다.


'단군 이래 최대 기업공개(IPO)'로 주목을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일반 공모주 청약에 114조원을 끌어모으며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웠지만, 알짜 사업을 떼어준 모회사인 LG화학의 주주 입장에서 달가울 수 없었다.


실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지난달 27일 전거래일 보다 8.13%(5만4000원) 급락했다. 28일에는 반등에 성공하며 63만9000원에 마감했지만, 지난해 1월 14일 장중 105만원까지 치솟으며 황제주 대열에 올랐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한국조선해양과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물적분할을 통한 자회사 상장 공시 이후 주가가 고점 대비 많게는 30% 가까이 하락하며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첫거래일 9만4000원에서 시작해 지난달 28일 7만9700원에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물적분할이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이 주주 가치 측면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문제는 모회사, 자회사 이중 상장"이라며 "모회사 주주 권리가 외면 받는 만큼 주주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 부여, 공모주 우선배정, 물적분할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비롯해 주주평등의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장 설 명절 이후부터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와 SK스퀘어 자회사 SK쉴더스를 비롯해 컬리, SSG닷컴 등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여야 대선주자들도 소액주주들을 위한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2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들도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토론회가 진행되는 등 협회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주주보호가 미흡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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