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변화 대응해 보장성 확대
'선택과 집중' 전략 심화 전망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최근 10년 동안 판매한 상품 가운데 종신·건강보험의 파이는 눈에 띄게 확대된 반면, 연금보험 영업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화되는 저성장 기조와 제도 변화에 대응해 각 생명보험사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상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생보업계에서는 고령화와 디지털 혁신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새로운 시장 여건 등이 맞물려 이 같은 상품 세대교체에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9일 보험연구원이 생보업계의 개인 상품 중 종신·건강·연금·변액보험의 보험료 구성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0년 26.4%였던 종신보험의 비중은 2020년 34.5%로 8.1%p 오르면서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의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7.6%에서 22.4%로 4.8%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생보업계 내 개인 상품 중 연금보험이 차지한 비중은 26.2%에서 19.7%로 6.5%p 떨어지며 최저치를 나타냈다. 변액보험의 비중도 29.8%에서 23.4%로 6.4%p 낮아졌다.
이런 변화는 보험업계에 새로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의 제도 대응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제도 하에서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이 수익성은 물론 자본 관리에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IFRS17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을 뒤바꾸는 새 회계기준이고, K-ICS는 이를 반영한 금융당국의 감독 방침을 담고 있다. 두 제도의 도입으로 보험사는 상당한 재무적 리스크를 떠안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23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보험금 적립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된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렇게 되면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은 생보사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수밖에 없다. 반면 현재 회계에서 판매 첫 해 생보사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보장성 보험은 IFRS17 시행 시 거꾸로 처음부터 이익을 안겨주는 효자 상품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보사의 개인보험 상품전략 차별화는 각사가 성장성 제고를 위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상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판매 확대에 촉각
다만 앞으로는 생보업계의 이런 양상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생보업계가 힘을 실어온 종신보험의 경우 온라인 판매가 어려운데다, 저연령 인구의 감소와 혼인 감소 등에 따라 수요 확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건강보험이나 변액보험, 연금보험에 특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일부 외국계 보험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유사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사하던 과거에는 보험사별 성장성과 수익성의 차이가 크지 않았을 수 있지만, 상품 전략 차별화의 진전은 성장성과 수익성 분산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보험사들의 상품 전략 차별화는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고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 제공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고객 만족도 제고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