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실질환율 67.79
50년만 최저치 육박
경제성장률 지난해 1.7%
일본 중앙은행, 엔화 약세 방침 계속
엔화의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5년 만에 최저까지 내려왔지만 일각에서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 중이다. 특히 현재 엔화의 실질가치는 1970년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엔화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가운데, 특히 일본의 경제 회복 부진이 두드러졌고, 이후 주요국이 회복하는 중에도 경제 성장이 늦어 통화 정책 정상화도 늦어지고 있다.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실질환율이다. 실질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실질환율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기준시점 대비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 대비 고평가, 100 이하이면 저평가를 나타낸다. 이같은 상황에 엔화의 실질가치가 50년 만에 최저치에 육박한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BOJ) 시계열자료에 따르면 각국·지역의 통화에 대한 엔의 실질환율은 2021년 11월 기준으로 67.79다. 지난 2015년 6월(67.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서 더 떨어지면 1972년 6월(67.49) 이후 약 5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게 된다.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줄곧 100이상을 기록해 오던 실질 환율이 최근 70선이 무너진 것이다. 원인은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게다가 엔화의 명목 가치까지 함께 내려갔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11월 1년 전보다 6.8% 치솟아 거의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2018년 말 이후 연 1% 아래에 머물고 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2020년 마이너스(-)4.8%에서 지난해 1.7% 수준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 JP모건은 “일본 엔화 약세가 지속할수록, 일본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엔의 실질환율 하락은 자국민과 기업에게 큰 부담이다. 개인입장에서는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하거나 여행을 할 때 부담이 높아진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수입 물자의 가격이 높아진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자문위원은 “엔저를 유도했지만 수출은 생각만큼 크게 늘지는 않고, 수출이 늘지 않으니 엔고로 돌아서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중앙은행은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도 엔화 약세 방침을 계속 이어간다는 의견을 보이면서 엔화 가치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라는 지난 17일(현지시간) “BOJ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에 힘입은 다른 나라와의 금리차 확대와 엔화 약세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공습⑤] 전문가 “환율, 수출·물가 모두 영향…예의주시 필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