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
박소담 주연
운전 하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배달 사고로 인해 예상에 없던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은하(박소담 분)가 운전대를 잡은 이상, 가지 못할 곳은 없다. 골목 구석구석부터 매끄러운 도로 위 등 길이 나 있는 곳은 화려한 기술로 적들을 따돌린다. 영화 '특송'은 젊은 여성 주인공이 차와 함께 거침없이 내달리며 타격감과 속도감을 선사한다. 이것만으로 '특송'을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특송'의 장은하는 백강산업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다. 백강산업은 폐차처리업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배달하지 못하거나, 남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배송을 돈을 받고 하고 있다. 어느 날 백사장(김의성 분)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방송인 김두식(연우진 분)으로부터 자신과 아들 서원(장현준 분)이 밀항할 수 있도록 도와달란 제안을 받는다. 은하는 찝찝하지만 수익은 5대 5로 나눠준다는 말에 솔깃해 엑셀을 밟는다.
김두식은 경찰이자 승부조작에 가담한 경필(송새벽 분)의 돈 300억이 담긴 은행 보안키를 가진 채 도망치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붙잡히고, 은하는 오갈 곳 없는 그의 아들 서원과 남게 된다. 은하는 난처해지는 상황을 피하고자 서원을 다른 곳에 맡기려 했지만, 이내 서원을 자신의 조수석에 앉힌다. 그리고 김두식으로부터 은행 보안키를 전달받은 서원을 추격하는 경필의 무리와 대치하게 된다.
'특송'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여성 캐릭터의 진화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과거가 있는 은하에게 특송 드라이버의 일은 그다지 강단이 필요하지 않다. 위기 속에서도 모든 일을 완벽하게, 그렇지만 무덤덤하게 마무리 한다. 그런 은하가 적들의 무서운 추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려한 운전 기술과 속도의 완급조절을 활용한 오차범위 없는 주차는 보기만 해도 쾌감은 불러일으킨다. 남성 배우들이 주로 선보였던 액션, 카체이싱 등이 젊은 여배우의 손에서 이뤄지니 신선한 짜릿함은 두배다.
마치 차와 은하가 한 몸이 된 것처럼 질주하는 모습은 '특송'이 가진 강력한 무기로, 박소담은 카체이싱 연기 외 강도 높은 격투신까지 소화하며 첫 원톱 주연의 역할을 해냈다.
송새벽의 유연한 연기는 '특송'에서도 눈에 띈다. 경필은 부패한 경찰로, 뒷돈을 챙기기 위해 승부조작에 가담해 벌이는 모든 일을 마음대로 조작한다. 말과 행동이 깡패 우두머리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 경필이 경찰서 문을 열고 들어는 순간, 간담이 서늘해진다. 힘을 빼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경필의 캐릭터가 은하의 반대편에서 극의 긴장감을 쥐고 흔든다.
백강산업의 캐릭터 배치도 흥미롭다. 불법인 일을 하면서도 제 식구를 챙기는 중년의 백사장, 특송 차량 수리 전문가이자 외국인 노동자 아시프(한현민 분), 그리고 탈북자 은하까지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연대해 경필에 맞선다.
이외에도 '특송'의 또 다른 미덕은 후반부로 갈 수록 감정선이 커지며 영화의 장르가 전복되던 다른 영화들과 달리 액션과 카체이싱을 끝까지 고집해 가져간다. 스토리의 줄기만 보자면 성별만 바꾼 여자버전 '아저씨'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감상하고 나면 박소담의 유려한 연기가 다시 한 번 보고싶어진다. 12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