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대책위, 서울시 역세권 개발사업 적용 민간개발안 마련
서울시, 개발계획 철회 시 역세권 사업 검토 가능
소유주들 "국토부 미온적 반응…공공개발 강행할까 불안"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개발과 관련해 민간개발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던 정부가 정작 주민들이 제시한 민간개발안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임기 마무리 단계인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성과를 남기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주민 의견을 배제하고 공공개발을 강행할까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11일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이곳 주민들은 국토부에 공공개발 지구지중 계획 철회 요구 등의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여기에는 당초 정부가 추진하려던 공공개발에 대한 구체적 건축계획 및 기타 설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신청도 포함됐다.
소유주들이 민간개발안을 마련해 국토부에 제출했지만, 국토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후속 조치를 취한 셈이다. 이곳 대책위는 자체 용역 및 지자체 검토를 거쳐 서울시의 '역세권 개발사업' 추진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민간개발안을 마련했다.
당초 정부는 동자동 일대를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고 최대 700% 용적률을 적용해 40층 규모로 공공임대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분양 960가구 등 공급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해당 방식은 주민동의 없이 정부가 강제수용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쪽방촌 이주대책으로 오히려 원주민이 내몰릴 수 있단 이유로 주민 반발이 거셌다. 이에 국토부는 지구지정을 미루고 주민들에게 실행 가능한 민간개발안을 마련할 경우, 공공개발만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책위는 서울시 역세권 개발사업으로 용적률 500~600% 적용, 35~40층 높이로 8평, 중형 평수를 포함한 공공임대 1200~1300가구, 중대형 평형대를 포함한 공공 및 민간분양 800~1200가구를 공급하겠단 구상이다.
서울시가 올 연말까지 소규모 재개발이 가능한 1차 역세권 개발사업 범위를 기존 반경 250m에서 350m 이내로 확장 적용하면서 사업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돼서다.
다만 서울시는 현재 이곳 사업지가 공특법에 따른 공공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정확한 사업 검토를 위해선 개발계획 철회가 우선돼야 한단 입장이다. 이에 주민들은 역세권 개발사업 검토를 위한 주민동의서 70%를 확보해 민간개발안과 함께 국토부에 제출한 상태다.
대책위 관계자는 "국토부는 쪽방촌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재개발이 미뤄진다며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역세권 개발사업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해 더 넓고 쾌적한 쪽방촌 임대주택 건립이 가능하다"며 "서울시가 한시적으로 사업 범위를 늘리면서 운 좋게 조건을 맞추게 됐는데 막상 사업안을 본 국토부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안이 미비하면 정부의 공공개발 계획안을 가이드로 삼아 보완해 오겠다고 국토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전혀 받지 못했고, 민간개발안은 검토 중이란 회신만 돌아왔다"며 "정부가 정책 성과를 위해서 정권 말 공공 주도로 사업을 밀어붙일지도 모르고, 사업 계획 철회가 미뤄져 역세권 개발사업 참여 기회조차 얻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정부가 졸속으로 정책을 마련한 탓에 세부적인 정비계획안조차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2·4대책으로 추진 중인 정부 주도의 주택사업 대부분이 세부적인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하고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단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진된단 점에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제시하는 방안이 쪽방 주민 정착에 문제가 없다면 추진을 검토할 수 있다"며 "아직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공공개발 계획부터 철회했다가 자칫 민간 타당성도 없는 사업안이라면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완이 필요하다면 주민들에게 제시할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서울시, 용산구 등 지자체와 민간개발안에 대해 검토를 거쳐 주민들과 협의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