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신축 공사장 소방관 3명 사망…새내기·예비신랑·가장, 안타까움 더해
"신축 공사장, 내부구조 파악 어렵고 소방시스템·정보 없어 진화 어려워"
1년 전에도 3명 인명사고…"준공시기 맞추려고 무리한 공사, 안전소홀 없었는지 조사해야"
"취약한 공사현장 관리 및 물류창고 감독 강화…드론, 로봇 투입할 수 있도록 기술발전 힘써야"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관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길이 멎은 사이 긴급 투입된 소방관들이 갑자기 확산된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젊은 소방관들의 죽음에 안타까운 사연이 더해져 국민적 관심과 애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소방관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화재 취약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소방 첨단기술 발전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7일 소방청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밤 경기 평택시 청북면 고렴리 소재 일원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압하던 과정에서 이형석(50) 소방위와 팀원 박수동(31) 소방교, 조우찬(25) 소방사 등 3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6일 오전 불길이 잦아들자 추가 작업에 나섰지만 삽시간에 불길이 다시 번지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숨진 대원들은 임용 9개월차 새내기, 예비신랑, 한 집안의 가장들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소방관 1명이 순직한 이천 화재사고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월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에도 불길이 누그러진 틈을 타 구조대장이 인명구조에 나섰다가 다시 치솟은 불길에 고립돼 숨졌다.
전문가들은 신축 공사 중인 창고인 경우 화재 진압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신축 공사장은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가연물이 어떤 게 있는지, 공사 진행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보가 없어 화재 진압이 어렵다"며 "사용 중인 건물은 스프링클러, 옥내 소화제 등 시스템이 갖춰 있지만 공사현장은 그렇지 않아 화재 위험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체 측이 준공 시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화재가 발생한 창고에서는 약 1년 전인 2020년 12월, 천장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현장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사망한 인명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로 해당 건물은 한 달가량 공사중지 처분을 받아 공사 기간이 애초보다 길어졌으나, 건축주나 시공사는 준공 예정일을 바꾸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보통 사용 승인을 바로 앞둔 단계에서 공사장 화재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준공 시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단열 공사가 이뤄지는 옆에서 용접 작업도 함께 하면서 화재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완공 시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됐는지, 안전 감시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방 매뉴얼을 탓하는 결과론적 접근보다는 사전에 화재에 취약한 공사현장 및 물류창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 대형 화재 가능성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화재 현장에서는 매뉴얼이 포괄할 수 없는 훨씬 많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번 화재의 원인이 부실한 소방 매뉴얼, 지휘자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재발화 위험성은 불길이 잡힌 현장에서도 항상 있고, 구조자 탐색은 소방관의 당연한 의무인데, 이번 사고를 '지휘자 판단이 섣불렀다'고 하면 대원들이 현장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구조자가 있었음에도 재발화 위험성 때문에 들어가지 않았다가 구조자가 사망한 채 발견되면 더 큰 책임론이 불거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설유경 서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공사현장,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건 그만큼 화재 취약 현장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 심하다는 의미"라며 "지자체 주도의 불시 현장검문 등 공공의 안전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민간 건설사나 감리회사가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구체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적 측면에서 위험한 화재 현장에는 드론, 로봇을 투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첨단장비 도입과 기술발전 등에도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 교수는 "우리나라 첨단 소방장비로 소방정찰로봇, 무인방수로봇, 소방드론 등이 있지만 장애물, 경사가 있는 곳에서 사용이 어렵거나 속도가 빠르지 않는 등 한계가 있다"며 "선진국도 재난 현장에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소방대원의 재난대응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이어 "미국, 스위스, 스웨덴은 화재감시를 위한 자율주행 로봇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고, 영국, 독일, 일본 등은 다관절 기반 로봇으로 위험지 정찰, 탐색 등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제 소방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장비 개발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