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세 전면 폐지 논란 불붙어
“소득 발생 부분에만 부과해야”
고소득층 과세 문제도 제기
오는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거래를 하다가 손실을 입은 투자자에게도 거래세가 부과되고 대주주에게는 양도소득세까지 이중 과세되는 등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지하거나 거래세를 소득세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학개미 “주가 떨어지는데 세금만 늘어”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증권거래세율은 농어촌특별세 0.15%를 포함한 0.23%에서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금융투자 소득세를 적용,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신 같은 해부터 코스피 증권거래세율을 0%로 맞췄다. 다만 매도할 때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는 계속 유지한다. 코스닥은 거래세율이 0.15%로 인하되고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는 0.15%의 증권거래세율이 유지되는 셈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정부는 증권거래세로 8조7587억원을 거둬들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전년의 4조5000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증권거래세는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봐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양도소득세가 함께 부과되는 것을 두고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선 투자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자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다만 수조원대의 증권거래세로 걷히는 세금을 폐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정부 입장에서 거래세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초단타 매매 등이 활성화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주식 양도소득세를 철회하고 증권거래세를 소폭 인상(0.05%)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 소득세를 전면 철회하거나 2년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거래세 인하로 감세 혜택을 받을 동안 개인의 ‘독박 과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소득세 전환 고민, 부동산 정책 등 돌아봐야”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소득세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거래세는 유예나 폐지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진행할 경우, 시장에 가져올 파급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도 증권거래세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높지 않은데 프랑스의 경우 우리와 비슷하고 미국은 조금 더 낮고 다른 나라는 훨씬 더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증권거래세 형태는 폐지하고 소득에 따른 소득세로 바꿔야한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르는 게 맞고 거래 자체에 대해서 부과를 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소득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 또 손실이 발생한 부분은 이연했다가 차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맞다”고 말했다.
이중과세라는 문제보다는 부동산 정책,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등과 연결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거래세는 폐지해야 한다고 보는데 정부는 부동산에서도 보유세와 양도세는 계속 늘려온 대신 거래세는 완화한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금융세제 개편안 역시 같은 문제”라며 “정부가 세금을 도입할 때는 국민을 설득할 논리가 있었지만, 도입한 다음에는 결과적으로 세금만 늘리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없던 세금을 부과하는 거라면 거래세는 약속대로 없애는 게 맞다”고 밝혔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액을 어떻게 배분할지, 장기 평가손익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세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의회에서 주식이나 채권 등 미실현 이익에도 20% 이상의 세율을 적용하는 부유세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고소득층의 과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관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