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언프레임드' · 뻔한 '더블 트러블'
국내 OTT 플랫폼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차별화를 두고 경쟁을 벌이며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티빙은 올해 '여고 우리 반'을 시작으로 '환승 연애',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 '술꾼 도시 여자들' 등의 화제작으로 기반을 다졌으며 웨이브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하이라이트, NCT 드림, 슈퍼엠을 필두로 한 '소년멘탈 캠프', '어바웃 타임', '문명', 쿠팡 플레이는 '어느 날' 시즌은 '크라임 퍼즐', '어나더 레코드' 등을 선보였다.
여기에 왓챠가 12월 영화 '언프레임드'와 '더블 트러블'을 차례로 내놓으며 오리지널 콘텐츠에 뛰어들었다. 이제훈이 만든 제작사 하드컷과 손잡고 만든 '언프레임드'는 배우 이제훈,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가 단편 영화를 직접 쓰고 연출했다.
박정민은 리드미컬한 연출 감각이 돋보이는 '반장선거', 손석구는 위트와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로드 무비 '재방송', 최희서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녀를 통해 그린 '반디', 이제훈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을 담은 청춘을 그린 '블루 해피니스'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완성했다.
배우가 감독으로 나설 땐 화제성을 선점하지만 실력에 대한 의심과 불안으로 출발한다. 하지만 이들은 연기만큼이나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줬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기도 했으며 왓챠에서 공개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 남녀 아이돌의 듀엣 서바이벌 예능 '더블 트러블'은 좀처럼 반응이 달궈지지 않는 모양새다. '더블 트러블'은 임슬옹(2AM), 장현승, 태일(블락비), 인성(SF9), 김동한(위아이), 공민지, 효린, 초아, 전지우(카드), 먼데이(위클리)로 라인업을 꾸리고 서로가 파트너를 찾아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겨룬다는 포맷이지만, 과거부터 꾸준히 만들어진 음악 서바이벌과 뚜렷한 차별 지점을 못 만들어냈다.
첫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듀엣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즉석에서 합을 맞춰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공민지, 전지우, 장현승의 경우에는 댄스 포지션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이들로, 무대에서 넘치는 끼를 선보였지만, 그렇지 못한 참가자들도 있었다. 가창력으로 승부를 보던 효린과 임슬옹의 경우는 조악한 댄스 실력으로 다른 아이돌 멤버들과 현저한 실력 차이를 보여줬다. 초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년간의 경험을 보유한 걸그룹 경험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댄스 실력이었다. 첫 방송에서 보인 무대는 별다른 특수효과나 카메라 기법이 투입되지 않았기에 무대의 완성도가 더욱 극명하게 비교됐다.
임슬옹과 '넥스트 레벨'로 커버 무대로 호흡을 맞춘 공민지는 "나만 너무 열심히 한 게 아닌가"라며 임슬옹의 성의 없어 보이는 댄스에 당황해했다. 효린의 경우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을 안무를 초반에 버벅거리는가 하면,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 재해석한 퍼포먼스나 포즈가 과해 보였다.
여기에 이제는 서바이벌 예능에서 빠지면 섭섭한 악마의 편집도 존재했다. 서로 다음 미션 파트너가 된 장현승과 전지우가 곡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모습이 담겼다.
장현승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선곡하며 "지금까지 센 무대를 보여줬으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노래 부르면 멋있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펜타곤의 '닥터 베베'를 미션곡으로 고른 전지우는 정색한 채 "저는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 스타일이다"라고 받아쳤다. 결국 장현승이 전지우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고 전지우는 "뭘 선택했더라도 제가 잘 메이드 했을 거다"라고 말해 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랩 파트에 대해 "지우씨가 하라"는 장현승의 말에 전지우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져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다.
방송 후 전지우는 팬 플랫폼을 통해 "고집불통 예민보스 예의 없는 후배가 됐다. 보컬 곡만 보냈는데 아이돌 곡 보내달라고 하셔서"라며 "조심스러워하며 조율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체적으로 첫 방송에서 '더블 트러블'은 듀엣 경연이라는 무대 위 완성도보다 서로 남녀 아이돌이 마치 소개팅하는 프로그램처럼 파트너를 고르는데 더욱 많은 시간을 분배했다.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를 선택하며 팀이 완성되는 분위기였지만 후반, 남성 출연자들의 속마음이 공개되며 다시 한번 파트너를 재구성하는 방식이었다. 제작진은 반전이라면서 이 구도에 힘을 줬지만 놀라움과 긴장감은커녕, 서바이벌에 어울리지 않는 지루함만 배가시킬 뿐이었다.
현재 다른 OTT 프로그램들은 차별성과 퀄리티를 위해 오리지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듀엣이 차별화라고 외치기엔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컬래버레이션 무대에 익숙해져 있다. 많이 소비된 서바이벌을 답습해 보이는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은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 시대가 됐다.
'언프레임드'를 통해 쌓아놓은 왓챠의 오리지널 안목 신뢰도가 '더블 트러블'로 아쉬워졌다. 총 10부작으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TV, 영화, OTT까지 볼거리가 넘쳐나는 현재, 다음이 기대되지 않는 프로그램에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쓰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