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지주' 박병호 이적에 이정후-김하성 등 후배들 안타까움 전해
키움 히어로즈가 팀의 심장과도 같은 박병호(35)를 잡지 못했다.
KT위즈는 29일 내야수 박병호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 규모다. 올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T는 히어로즈를 거친 베테랑 유한준이 은퇴한 자리를 박병호로 메운다.
박병호는 2021시즌 키움서 118경기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을 올렸다.
키움은 박병호의 2021시즌 연봉 15억원의 150%인 22억5000만원의 FA 보상금을 받지만, 여전히 20홈런 이상 가능한 거포이자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큰 인물을 잃었다.
박병호는 계약 발표 후 SNS를 통해 "히어로즈 팬 분들은 일당백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 팬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아웃 순간까지 소리 높여 응원하여 주신 팬 여러분께 우승을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2005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박병호는 2011년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뒤 2년 연속 KBO리그 MVP, 4년 연속 홈런왕, 2년 연속 50홈런 등 거포로 이름을 알렸다.
이적 첫 해 13홈런으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찍은 박병호는 이듬해 31개 홈런을 터뜨리며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한 박병호는 2014~15년에는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15년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한 박병호는 2018시즌을 앞두고 키움으로 복귀해 43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2019년에는 유일하게 30홈런 고지를 돌파하며 홈런왕(33홈런)을 차지했다. 최근 두 시즌에는 타율이 2할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하락세를 그렸지만 20홈런 이상은 때렸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팀 내 맏형으로서 동료와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KBO리그에서 최정상급으로 꼽히는 철저한 자기관리능력에 인성까지 높은 점수를 받는다. 1군에 올라왔다 2군으로 내려가는 유망주들에게 장비까지 챙겨주며 격려하는 든든한 선배 역할로 선수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가 됐다.
그런 존재와의 이별에 후배들은 울컥했다.
SNS에 박병호·서건창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30장 내외의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한 이정후는 "아무것도 아닌 제가 히어로즈 구단에 입단해 좋은 가르침을 주시고, 좋은 선배의 본보기를 보여준 선배님들께 너무 감사하다"며 "이적으로 인해 이제 함께 야구를 하지는 못하지만, 20대 초반에 배운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 내년부터 시작될 20대 중반의 야구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김하성도 박병호 이적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 김하성은 박병호의 KT행이 발표된 직후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내 마음 속 영구결번 52(박병호 등번호)”라고 적었다.
키움 팬들은 박병호의 앞날을 응원하면서도 핵심 전력들을 잡지 못하는 구단의 운영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KT와 계약한 연봉만 놓고 볼 때, 박병호는 절반 이상 삭감된 수준임에도 잡지 않았다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세계라고는 하지만 박병호의 역할이 너무 컸고, 그의 존재가 너무나도 크고 깊었기에 후유증은 겨울을 넘어 2022시즌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