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윤석열 트라우마' 컸나…낯뜨거운 우리편 인사에 법치 근간 흔들리고 국민적 신뢰 추락
법조계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치"
"마음대로 인사하는 靑, 일선 의견청취는 요식행위…'검증된 우리편' 풀에서는 함량미달 인재 반복"
"차기 정권, 성과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정치적 이해와 무관한 정도(正道) 인사 이뤄져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검찰개혁 적임자'라는 이유로 코드 인사를 노골적으로 단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사법의 정치화는 심화되고 정권비리 사건의 부실수사는 증폭됐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대한민국 법치의 근간이 흔들렸다.
특히 지난 한 해는 안정적인 정권 재창출을 위한 코드 인사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고 법조계는 평가했다. 일례로 문재인 정권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했지만, 윤 총장이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정권의 의도에 반하자 그를 쫓아내려는 목적으로 '여권의 공격수' 추미애·박범계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차례로 임명하고 이른바 '학살 인사'를 단행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트라우마가 컸던 듯 정권은 후임자로 친정부 성향 논란을 빚은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하고,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의혹을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은 반년 이상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다 폭행 논란이 표면화되자 뒤늦게 사퇴했다.
검찰 중간급 간부 인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 총장과 가깝거나 정권비리 수사팀을 이끌던 부장검사들은 대부분 수사권이 없는 고검이나 지방 한직으로 밀려난 반면,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등 친정부 성향 검사들은 요직에 대거 발탁했다.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인 김종민 변호사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치"라며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중립적인 관점에서 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들이 각종 논란에도 중용된 것은 정권과 대통령 차원에서 법치를 파괴하고 잘못된 인사 관행을 조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차기 정권은 무엇보다 정도(正道)에 어긋나지 않는 인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치적 이해를 배제한 실력 중심의 인사로 사법의 정치화를 해소하고 우리 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바로잡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현 정권은 법조계뿐만 아니라 교육부, 국토부 등 전 분야에서 '우리편' 인사가 지나치게 많았고 그들이 전문가도 아닌 탓에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며 "차기 정권은 성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된 인사, 정치적 이해와 무관한 인물이 기관장이 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평론가인 강신업 변호사는 "법에 따라서 성실하게 인사를 하면 그만이다. 법적으로 검찰 인사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장관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청와대가 마음대로 인사를 다 해버린다. 일선의 의견 청취를 요식행위처럼 여기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회의 동의를 받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에서 코드인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래도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적임자를 임명하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데 현 정권은 이조차 미흡했던 측면에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권은 검찰을 개혁하겠다며 곳곳에 자기 사람들만 앉혔지만, 개혁은커녕 오히려 법치가 흔들리고 후퇴한 것이 현실 아니냐"고 반문하며 "'검증된 우리편'이라는 한정된 풀에서만 인재를 뽑으려고 하니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