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 때문에 못 맞았는데…"입장 거부, 차가운 시선·눈치보기 힘들어"
"정부 면제 방역패스 범위 너무 좁아…회사에선 확진자 나오면 미접종자만 맞으라고 압박"
'방역패스 반대' 靑청원 38만명 눈앞…온라인서 미접종자 차별 매장 명단도 공유
전문가 "돌파감염 많아 방역패스 설득력 떨어져…정부, 미접종자와 소통·피해보상 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저질환 등 부득이한 사유로 백신접종을 받지 못하는 미접종자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어딜 가도 출입이 제한되면서 불편을 겪는가 하면, 식당과 카페 등을 혼자 이용할 때도 늘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 미접종자에 대한 편향되고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탓에 항상 위축되고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38)씨는 어릴 적부터 혈소판 감소증을 앓고 있어 백신을 맞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미접종자 출입이 제한되면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김씨는 "기저질환이 있으면 방역패스 예외자로 인정해준다고 하는데 서류 제출 과정이 쉽지 않아 포기했다"며 "안 맞고 싶어서 안 맞는 것도 아닌데 미접종자는 1인 식사도 거부하는 매장이 많고 '미접종자이냐'고 매번 눈치를 줘서 매장에 가서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사는 황모(29)씨는 알레르기로 아나필락시스(심한 쇼크 증상)를 수차례 겪은 탓에 백신 접종을 미뤘다. 황씨는 "미접종자로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엔 동의하지만 정부에서 방역패스 면제로 인정해주는 질환 범위가 너무 좁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30)씨는 자신의 아버지와 지인이 백신을 맞은 후 염증수치 증가, 체중감소 등 부작용을 겪는 사례를 보면서 백신 접종을 고민하고 있다. 박씨는 "지금 오미크론 돌파감염 사례도 많은데 회사는 확진자가 나오면 미접종자들에게만 PCR 검사를 요구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김모(31)씨도 "거리두기 지침이 발표되고 지인들에게 연말 약속을 취소해야할 것 같다고 말하니 '도대체 왜 안맞았느냐'고 거센 타박을 받았다"며 "방역패스가 더 연장될 수도 있는데 방역패스는 사실상 국민 왕따 만들기 정책 같다"고 분노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역 패스 다시 한번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21일 기준 37만9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접종자들끼리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매장 명단들을 정리해 공유하는 사례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미접종자 한명의 입장을 제한하는 업소들을 처벌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0일 "음성확인서가 있거나 혼자 이용하려는 미접종자의 입장이 금지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 조항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과태료는 음성확인서가 없는 미접종자가 다수 입장할 때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바이러스로 접종자들까지 돌파감염이 되는 상황에서 미접종자만 출입을 제한하는 방역패스 시스템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이 유행하고 돌파감염이 번지면서 백신 2차 접종을 해도 방역 효과가 적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있어 방역패스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가 지정한 질환을 제외한 기저질환자, 임신부 등은 접종우선대상자라서 방역패스 면제 소견서를 받기 어려운데, 이는 정부가 소통을 제대로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피해 보상 등을 확실히 해주면서 미접종자들의 불안을 해소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