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회동, 일부 잘못된 자신감 심어줘
선거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
당무는 성실히…당 관련 사무 尹에 협조
선거 좋지 못한 결과 얻는다면 무한책임은 윤석열의 몫"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맡고 있던 상임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이 대표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해 논란을 빚었던 조수진 최고위원(선대위 내 공보단장)과의 갈등 국면이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거기에 더해 이를 바로잡는 적극적인 행위가 없고, 오히려 여유가 없어서 당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방송 링크를 취재하는 언론인들에게 보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울산에서의 회동이 누군가에게는 그래도 대의명분을 생각해서 할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겨줬다면, 일군의 무리에게는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 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부담을 느껴서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 덧붙였다.
그는 "그리고 이때다 싶어 솟아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장제원 의원이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티끌만한 억울함도 감내하지 못 하겠다는 당 대표의 옹졸한 자기 정치가 선대위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공보단장이라는 분은 어디서 함부로 후보 뜻을 팔고 다니느냐"며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 모두를 비판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 선거를 위해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에서 준비했던 것들은 승계해서 진행해도 좋고 기획을 모두 폐기해도 좋으며, 어떤 미련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 물론 울산에서의 합의대로 당 관련 사무에 있어서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할 것"이라 말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조 최고위원이 전날 '한줄 사과'를 냈던 것을 두고 "내용이 사과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공보단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논란이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본인 이름으로 전달한 행위에 대해 사과나 해명의 대상이 아니고 즉각 사퇴할 일이라 얘기했는 데도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면 본인의 뜻으로는 사퇴조차 할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던 데 대해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은 만류했지만 제가 오늘 사퇴 의지를 다시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 조치가 이뤄진다 해도) 복귀할 생각이 없다"며 "전권은 윤석열 후보가 책임을 지는 것이고 저는 그 안에서 역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만 최근 여러 중차대한 선대위 논의 사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회의에서 제 제안은 거절됐다. 공보단장은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굉장히 부적절한 행위를 했던 것"이라 말했다.
또 "조 최고위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받지 않겠다고 공개발언한 뒤 어떤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선대위는 이미 기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그래서 제 의지와 다르게 보직을 사퇴하기로 한 것"이라 발언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의 역할은 수행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한 마음은 있으나 실제 참여할 길이 없는 비슷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일부 핵심관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가려서 빛을 못 보는 분들이 당내에 많이 있는 것"이라 말했다.
사퇴 문제에 대해 윤 후보와의 상의는 없었다고 밝힌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내 책임자에게 지시를 내렸는데 불응했고, 그게 교정되지 않고 오히려 조롱을 했는데 거기에 대해 누구도 교정하지 않는 사태가 이틀 동안 진행됐다는 것은 선대위 내에 내 역할이 없다는 것이다"라며 "결코 무리한 행동을 한 게 아닌 것"이라 강조했다.
조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제가 거취표명을 하라고 했으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무를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란다"며 "건강상 문제는 알고 있지만 선대위 회의는 참석하고 최고위 회의는 참석하지 않는 선택적 행위조차도 해석에 따라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 후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선거에 있어서 만약 저희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는다면 상당한 불명예를 얻겠지만, 무한책임은 윤 후보의 몫이다. 그래서 후보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