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8월 6일 통신사에 공문 제출하고 본지 법조팀 기자 통신자료 제공 받아
제공받은 통신자료 내역…이동전화번호, 이름, 주민번호, 주소, 가입일 등 적시
공수처 "피의자 통신기록에 등장하는 상대방 확인했다" 해명했지만
본지 통신조회 기자, 공수처 사건 피의자 및 관계인과 통화한 사실 일체 없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수차례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이른바 '언론사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데일리안 법조팀 기자의 통신 내역도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입장문을 통해 "(사건 관련) 피의자들의 통화내역을 살핀 것"이라며 언론사찰 논란을 해명했지만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을 표방해온 공수처가 기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행위로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 8월 6일 '수사과-260' 번호가 매겨진 공문을 통신사에 제출하고 본지 법조팀 기자에 대한 통신자료를 받아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제공받은 통신자료 내역은 이동전화번호, 이름, 주민번호, 주소, 가입일 등이다.
언론사찰 논란이 확산되자 공수처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내놓고 "현재 공수처 수사 대상인 주요 피의자 가운데 기자들과 통화가 많거나 많을 수밖에 없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며 "공수처는 이들 피의자의 통화내역을 살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다만 무슨 이유로 같은 기자의 번호를 반복해서 조회했는지, 사건 및 문제의 통화내역 조회 피의자는 누구인지 등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공수처의 설명과 다르게 데일리안의 해당 기자는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거나 수사 대상으로 오를만한 사건 관계인과 통화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피의자 통신기록에 등장하는 상대방을 확인했다'는 공수처의 해명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들을 사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공수처가 통신 내역을 조회한 본지 기자는 이성윤 고검장 황제의전 논란, 김진욱 공수처장 처신 논란, 정치적 편향성 논란 등을 보도했다.
설령 공수처가 순수한 수사 목적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했더라도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민간인의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한 것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며, 과거 수사기관들의 구태 답습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날 기준 공수처는 데일리안을 포함해 현재까지 최소 15개 언론사 기자 60여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언론사찰 논란 관련 김진욱 공수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에 배당하면서 해당 논란에 대한 진상이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날 대책위는 "통신자료의 무차별적 조회는 통신의 비밀 침해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등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