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1위 삼성운용부터 줄줄이 교체
국내 ETF도입 배재규 한투운용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형 운용사들이 최고경영자(CEO) 교체 인사를 실시했다. 국내 상장한 전체 ETF 순자산총액은 70조원대로 내년 ETF시장 100조원 시대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운용업계는 젊은 ETF 전문가를 수장으로 맞이해 본격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키울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삼성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 부문장인 서봉균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후보(대표부사장 승진)로 추천했다.
1967년생인 서 신임 대표는 한양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을 거쳤다.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를 지내는 등 금융투자업계에 30여년간 몸담은 운용 전문가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서 신임 대표가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지위를 더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심종극 현 대표는 임기가 2023년까지로 1년 남았고 올해 삼성자산운용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유임 가능성이 거론됐다. 삼성자산운용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5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95% 증가했다. 그러나 심 대표는 ‘젊은 리더십’을 위해 물러나 고문직을 맡을 예정이다.
‘국내 ETF 선구자’로 꼽히는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한투운용 대표로 내정된 배 부사장은 1961년 대구 출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한국종합금융 주식운용팀, 1995년 SK증권 주식운용팀을 거쳐 2000년 삼성자산운용에 합류했다. 배 부사장은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통한다. 2002년 국내에 ETF를 최초로 도입했고 2012년 레버리지 ETF를 처음 선보였다.
2020년 당시 배 부사장이 내놓은 한국 첫 ETF 코덱스(KODEX) 200은 4조5000억원의 국내 최대 주식형 ETF로 성장했다. 배 부사장이 ETF 사업을 이끈 삼성자산운용도 20년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배 부사장 영입에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TF 시장에서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한 만큼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인사를 통해 최창훈 부회장, 이병성 부사장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부회장은 1969년생, 이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모두 50대 초반이다.
운용사들이 연이어 수장을 교체하면서 ETF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과 평가액을 합한 총 AUM은 지난 9일 기준 297조5820억원이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67조8806원억원 규모다. 다음으로 KB자산운용 128조5781억원, 한화자산운용 111조6010억원, 신한자산운용 70조5517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 63조6544억원이 뒤를 잇는다.
지난달 말 기준 ETF의 시장 점유율 역시 삼성자산운용(42.7%)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34.9%), KB자산운용(8%), 한국투자신탁운용(5.1%), NH아문디자산운용(3.1%), 키움투자자산운용(2.8%)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