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이어 4대銀, 희망퇴직 진행 예정
올해 점포 200여곳↓, 내년 70곳 또 증발
연말 시중 은행들이 몸집 줄이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디지털 금융 전환 추세에 발맞춰 영업점 통폐합 • 인력 감축 바람이 한창이다. 올해 200여개의 점포를 없앤 은행권은 내년에도 최소 70여개의 점포를 없앤다. 영업점 축소에 따른 희망퇴직도 시동을 걸었다. NH농협은행에 이어 4대 은행은 내년 1월 은행원들을 내보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이달 중 희망퇴직을 진행하기 위해 노사와 관련 사항을 협의중이다. KB국민은행 노사가 이달 1일 협의를 시작했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교섭을 진행중이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노사 합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은행들은 연말 원만한 합의를 목표로 내년 1월 정기 희망퇴직을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먼저 시작한 농협은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452명이 신청했다.
은행권은 해마다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만56세)을 기준으로 인력 감축을 시행했지만 올해는 여느때와 상황이 다른 모습이다. 사측이 아닌 노조 측에서 먼저 나서 희망퇴직 적용 규모를 40대까지 확대하고, 조건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사측은 내년 임금피크 적용을 받는 1966년생부터 1969년생까지만 대상자로 확정지으려 하지만, 노조는 1974년생까지 대폭 넓힐 것을 주장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965~1973년생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우리은행 노조측도 비슷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은행권의 풍경은 노조의 반발이 떠올려지는 과거 희망퇴직 상황과 사뭇 다르다.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사적체 문제 ▲인생 2막 설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원들이 떠나지 않아 퇴직금을 늘렸지만, 최근에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조건이 좋을 때 받고 나가자’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며 “내부 승진 기회 등을 조율하느니 더 늦기 전에 인생 2막을 찾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라고 귀뜸했다.
사측은 희망퇴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체질개선을 위한 인력 구조 재편을 늦출 수 없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핀테크 업체들의 주요 경쟁자로 부각되면서, 영업환경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비대면과 디지털 가속화로 개발자 등 IT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내방 고객도 점점 줄어들며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도 가속화 중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 감독원에서 받은 5대 시중은행의 지점폐쇄 계획을 보면, 이들 은행은 올해 11월까지 총 203개 점포를 폐쇄했다. 이달 중으로는 약 59개 지점이 문을 닫을 예정이고 내년 1월 5대 은행에서만 최소 72개 지점이 영업을 중단한다. 은행권이 수익성 향상 차원에서도 점포 정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은행원들이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이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최대 35개월치 특별퇴직금, 최대 2800만원 자녀 학자금(인원 제한 없음) 등의 희망퇴직 조건을 내걸었으며, 그 결과 2019년보다 2배에 달하는 850여명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도 전년보다 140여명이 늘어난 47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회사를 떠났다. 신한은행은 직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이례적으로 ‘한 해 두 번’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월에 22여명이 나간데 이어 지난달 133명이 추가 퇴직했다. 희망퇴직 신청자 대상에게는 상반기보다 많은 월평균 임금 최대 36개월분의 특별 퇴직금을 지급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8월 만 40세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월 평균 임금 최대 24개월분으로 정년 잔여 월수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지난 11월까지 5대 은행은 물론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을 포함한 올해 시중은행 희망퇴직자는 4000여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