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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배우 김혜준의 밉지 않은 능청스러움


입력 2021.12.02 16:14 수정 2021.12.02 16:1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이영애 복귀작 '구경이' 케이 역으로 출연

혹평도 호평으로 바꾸는 노력형 배우

배우 김혜준은 작품마다 얼굴을 달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에서는 ‘중전’ 역으로, 영화 ‘미성년’에서는 여고생 ‘주리’로, 영화 ‘싱크홀’에서는 사회초년생 인턴 직원 ‘은주’로 분했다. 그리고 현재 드라마 ‘구경이’에선 대선배인 이영애와 견줘도 결코 밀리지 않는 ‘케이’로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견고하게 다져가고 있다.


ⓒJTBC

김혜준이 처음부터 대중의 시선을 끌었던 배우는 아니었다. 데뷔 전부터 CF에 출연할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2015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데뷔한 이후엔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이 시기는 앞으로 배우 생활에 밑거름이 될 탄탄한 바닥을 다지는 기간이었다.


작품에서 그가 돋보이기 시작한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부터였다. 사실 ‘킹덤’은 그에게 혹평과 호평을 모두 안긴 작품이다. 어린 계비 조씨 역이었던 그는 시즌1까지만 해도 첫 사극 경험 때문인지 안정적이지 못한 발성과 톤으로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다만 시즌2에선 한뼘 성장한 모습이 호평으로 이어졌다. 한 시즌만에 폭풍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김혜준’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2019년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성년’으로 신인여우상을, 이듬해 MBC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십시일반’으로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도 이뤘다.


특히 최근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은 드라마 ‘구경이’는 배우 김혜준의 묘한 얼굴을 영리하게 활용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혜준의 어린 시절은 내성적인 성격에 공부만 하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어느 날 친구의 중간 평가 공연을 보러 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그였다.


‘구경이’에서 케이로 분한 그는 아마추어 연극배우로 등장하는데, 동글동글한 얼굴에 새하얀 피부, 작은 체구에 무해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언뜻 ‘바보’처럼 비춰질 만큼 순수하고 해맑다. 그런데 그의 또 다른 얼굴은 섬뜩하다. ‘쟤 죽이고 싶다’는 말을 ‘딸기 케이크 먹고 싶다’처럼 쉽게 말하고, 고민 없이 그 말을 실행으로 옮겨 버린다.


케이의 살인은 완벽하다. 모든 죽음을 사고사, 자살로 위장하는 일종의 이과형 살인자이면서도 모든 순간에 한 번도 해맑지 않은 적이 없다. 오히려 깨끗하고 맑은 외형과 대비되면서 그의 살인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자칫 앳된 외모와 살인이라는 두 설정이 이질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김혜준의 눈빛이나 섬세한 얼굴의 떨림 등으로 이 간극을 잘 채워나간다.


영화 ‘변신’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성동일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혜준을 ‘연기 독종’이라고 표현했다.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힘든 촬영임에도 끝까지 그 역할을 해내고야 만다는 이야기였다. 흔히 말하는 ‘깡’이 부족해 ‘SNL코리아’에 나가 담력을 키우고, 짧은 시간 동안 혹평을 호평으로 바꾼 김혜준의 노력이 그를 ‘믿음이 가는 배우’로 만든 셈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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