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조5000억원 증액 합의
소상공인·경항모 등 조율 필요
법정 처리시한 지킬지 주목
문재인 정부 마지막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국회가 법정 처리시한(2일) 내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여야는 현재 지난 9월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604조4000억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이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여야 원내지도부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나 막판 조율을 시도했으나 최종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전체 예산액 규모에는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안보다 약 3조5000억원 늘어난 607조9000억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막판 최종 합의가 남은 사업은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경항공모함 예산 등이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0만원인 하한액을 50만원으로 상향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당정은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약 6000억원 정도를 반영하기로 했다.
반면 야당은 소상공인 피해지원 예산을 확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액수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선은 50만원으로 접근했다는 건 여당과 정부 간 일이고 야당과는 논의가 없었다”면서도 “야당은 처음부터 100만원까지도 줘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역사랑상품권 확대도 당정 간 합의는 이뤘으나 야당 반대가 남은 상황이다.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해 기재부는 애초 6조원을 예고했으나 민주당은 올해와 같은 21조원 수준은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당정은 발행 규모를 30조원으로 올해보다 늘리는 대신 국비 지원은 늘어난 예산에 비례지원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지역화폐를 30조원 발행하려면 해당 금액의 10%인 3조원을 중앙정부나 지방자차단체가 보조해야 한다. 당정은 늘어난 보조비 가운데 6000억원만 국비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방비로 충당하기로 협의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마뜩잖은 반응이다. 지역사랑상품권 확대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공약 가운데 하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민의힘에서도 사업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만큼 막판 예산안 합의에 ‘넘지 못할 산’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대목은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이다. 여당은 국방력 강화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야당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사업을 여당이 ‘알박기’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항모 도입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예산을 대폭 삭감한 사업이다. 지난달 16일 국방위 경항모 관련 예산 72억원을 5억원으로 줄였다. 정부가 요청한 기본 설계 착수금 62억4100만원과 함재기 자료 및 기술지원(FMS) 예산 8억4800만원, 간접비 9900만원 등 가운데 자료 수집과 조사를 위한 국내외 출장비만 남기고 대부분 예산을 삭감했다.
이에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은 이 정부에서는 경항모 도입이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우리나라 국력을 생각하면 경항모는 굉장히 중요 사업이라고 생각하기에 반영을 꼭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야당이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만희 예결위 간사는 “경항모 사업은 내년에 편성되는 소액 금액 문제가 아니고 사업 자체만 해도 수십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라며 “(여당은) 그런 사업을 알박기식으로 내년 예산에 담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정 처리시한 내 통과 2002년 이후 두 차례 뿐
한편, 여야 합의가 늦어지면서 국회가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현재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일 30일 전에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해야 한다. 즉 1월 1일이 되기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내용이다.
헌법 규정임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그동안 수차례 처리시한을 어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법정 처리시한을 지킨 것은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딱 두 번(2014·2020년)뿐이다. 심지어 12월 31일 자정이 가깝도록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거나, 해를 넘긴 경우도 있다. 2009년과 2011년에는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했고, 2013년과 2014년에는 새해 첫날인 1월 1일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4년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할 경우 예산안은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도 지금까지 5차례나 법정 시한을 어겼다. 법 도입 첫해와 지난해를 제외하면 모두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않았다.
만약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고도 계속 미뤄져 이듬해 1월 1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올해 예산 집행액을 기준으로 정부는 ‘준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준예산은 헌법기관 운영비,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에만 쓸 수 있어 국정운영은 물론 국민 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줄 수밖에 없다.